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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호 아리랑TV 사장이 지난해 9월 가족들이 동반한 미국 뉴욕 출장에서 법인카드를 펑펑 쓴 행태는 통상적인 도덕적 해이 수준을 넘고 있다.

경향신문의 해명 요구에 침묵하던 방 사장과 아리랑TV는 31일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에게 답변서를 보내왔다.

방 사장 측은 지난해 9월 뉴욕 출장에 대해 “대통령 공식 일정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가족여행 일정을 짜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 사장 딸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 관람 등 현지에서 아버지와 관광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기분 좋은 드라이브, 우리 가족의 추석나들이’라며 가족여행임을 스스로 밝혔다.

가장 심각한 모럴해저드는 그가 9월27일 뉴욕에서 2시간 떨어진 명품쇼핑몰 우드베리를 방문해 장시간을 보낸 것이다.

방 사장 측은 “일요일 공식 일정이 끝나고 간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당시 아리랑TV 취재진과 유엔의 외교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하루 앞두고 초긴장 상태였다. 그의 말대로 휴일 나들이에 불과하다면, 왜 그날 사소한 밥값과 커피값까지 7차례나 공식출장비처럼 법인카드로 사용했는지 설명해야 할 대목이다.

방 사장 측은 지출결의서에 유엔 관계자들이 동반자로 허위 기재된 데 대해서는 “실무자가 식사 참석자 명단을 사후에라도 확인하지 않고 출장스케줄만 보고 정산해 발생한 사무착오”라며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지출결의서를 작성한 실무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장님이 출장명세서에 적어주신 명단을 그대로 적었을 뿐”이라고 했다.

방 사장은 답변서에서 “부인과 딸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오지 않았고, 가족 경비를 회사가 부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출장에 동반했던 가족들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오지 않은 것은 거꾸로 주변의 눈을 피하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방 사장 항공료는 670만원으로 일반 직원(220만원)보다 3배나 비싼 비즈니스석이었다.

앞서 그는 지난해 5월 유엔총회 방송 준비를 위해 단독출장을 갈 때도 비행기 표값으로 750만원을 결제하고 2인용 침대 2개가 딸린 4인실 호텔방을 예약했다. 당시 뉴욕에서 비행기로 2시간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 근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식대로 무려 1035달러를 지불하기도 했다. 1인분 밥값이라 하기에는 너무 많은 액수다. 경향신문 확인 결과 그날 아들이 듀크대를 졸업했다.

방 사장의 비정상적인 해외출장비 지출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2014년 12월 취임 후 불과 1년 사이에 2월 스페인, 4월 브라질·페루, 5월 미국, 7월 미국, 8월 중국, 9월 미국 등 거의 격월로 해외출장을 다니면서 한번에 1000만~3000만원의 여행경비를 지출했다.

그는 출장 때마다 고급차량을 렌트했다. 7월 미국 출장 시 취재진이 하루에 100달러짜리 미니밴으로 이동하는 동안 본인은 하루에 1050달러 하는 리무진을 타고 다녔다. 4월 박 대통령 페루 방문 시 출장경비 한도가 문제가 되자 아리랑TV는 사장 경비를 줄이는 대신 카메라기자를 못 가게 했다. 이 때문에 취재기자가 직접 6㎜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고 타사에서 사진을 얻어다 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