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제일 친한 친구들과는 정치 얘기를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더군요. 척지게 될까봐.

의식적으로나. 치열함에서나. 전시대보다도 더욱 하향된 이유가. 치열한 생활인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얽히고 얘기조차 꺼리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어쩌다 그런 류의 얘기를 할 수 있는 장이 조성된다 해도. 매번 그렇듯이 약간의 허무함과 후회를 가지고 답도 없고 결론도 없이 흐지부지 끝나곤 하지만 말이지요. 모두들 애써 한 발짝씩 떨어져 있는듯한. 치기 어린 논쟁만 못한채.

고시준비하는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자기는 요새 뉴스안본다고 하더군요.
시간이 촉박한것도 있겠지만,
봐도 스트레스만 받는다고..

외면해선 안되겟지만,
그 친구 애기가 이해되기도 해요.

밭을 떠난 씨앗이 있을 수 없지요.
씨앗은 똑같은데 호미를 쥔 사람의 개별적인 특성이나 경작하는 방법을 두고는 말들이 많을지라도.
벽이 생기고 반감이 생기는 것. 그것은 인간 개개인의 기준에 한해서 옳고그름에 한정되어야 겠지요. 어떤식으로 흘러간다해도.

아 길어서 이제 다 읽었숴요 ㅋㅋ
부모님 따라서 생각없이 딴나라당 후보 찍은 친구들 그저 보고있으면 쳐갑갑
지금도 지들이 잘 찍었다고 생각하는 건지...

쳐낸다고 했는데 주절 주절. 이 되어버렸군요. 씨익.
그래도 모조리 읽어주는 당원. 만세. >,<

결국 신앙과 정치 성향은
어떤 근거를 두고 있든지간에.
개인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종교와 정치색은 강요하는게 아니지만.
근데 신앙과 의지와 명분은 강요해도 된다는 생각.
사실 강요가 아니라, 그것을 믿는 힘이 진짜라면, 본인은 가만히 있어도 상대가 자연스럽게 물들지요. 자신의 고집을 좋아해서 옆에있고 말을 나누고 함께하는 사람의 글. 삶. 진심에 의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것. 전 언제나 그 경지에 오를까요.

그래서? 라는 단어 참 서늘하게 들리네요.

사람은 참 무정하고도 여리디 여린 생물이죠. 그러고 보면.

말 한마디가 때로는 많은 걸 바꾸어 놓지요.

그 간단한 대사 하나에 도사리는 의미와 잠시 잊었던 현실들이 나를 쥐락펴락 하는가 봅니다.

두 가지의 가능성이 있지요.

그의 (글말고)삶에, 신념의 증거가, 그녀(안나)가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희미하게 보이거나.
그녀가 아예 마음을 닫고. 미리부터 이질감에 대한 공포로 인해. 알고 싶어하지 않아 했던지.

뭐. 나의 정체성을 무시할 그녀 고유의 자유일지도.

저는 그래서 제 배우자가 정치,종교적으로 저랑 같길 원해요
실제로 좋은감정으로 만나던 상대가 정치,종교적으로 확 다른걸 알면 매력이 사라져버리죠
ㅎㅎ

내 일과 나의 삶의 기조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사랑이 생기지 않으리라. 하지만 이미 사랑을 한 이후에. 연애의 시기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전부는 아닐지라도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그녀가 인정하고 공감하기 어려울거란 확신이 드는 순간. 은 꽤나 고민스럽고 쓸쓸하고 어찌하지 못한 상황일거라. 역시나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도 달라지고. 낭랑십팔세 사랑으로만 살기엔 너무 커버리고 다치는데 이력이 난 나의 감정은 예전과 달라지겠죠. 아마도.


'사랑'하고 '좋아' 하는 상대가 나의 버팀목일수도 있는 신념을 반대하는 것은 절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사실. 종교와 나라의 저이가 아무리 부흥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내가 부흥해야죠
개인이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랑을 키우고 그 사랑을 계속 증명해야지.
인내와 이해를 끈질기게 발휘해야 할테고. 그러고보면 크나큰 부분에서 절로 같은 마음으로 손잡고 걸을 수 있는 사귐이란건 축복 그 자체일텐데 말이야요.
상황이 그대로인채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머리와 가슴이 일치되는 흐름을 따가는수밖에 없겠죠.

정치가 계급과 직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러한 관점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생각해오고 있던 부분인데, 조만간 그에 대해 글을 하나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적인 삶 의 주인공은... 저의 관점으로 평가해 보자면 좀 순진했던듯. 세상의 진실은 아름다움만큼이나 추함에도 있는데 말이죠...

이를테면 아름다움은 좋고, 추함은 나쁨 보다 이 전에 아름다움과 추함은 모두 "존재" 인 것이라는 점. 작년 봄에 울므님과 쪽지를 주고받으며 드렸던 이 말을 떠올리시면 저의 관점이 무엇인지 판단하기가 더 편하실거 같습니다 '감성과 이성은 지성의 서로 다른 방식의 발로이다' 라는 말씀 말입죠.

아, 물론 작년 봄에는 이렇게 매끄럽게 말하지는 않았었죠. 리메이크입니다~

순진하면서도 또한 눈치가 빠르지요.
바로 자신이 믿었던 사랑이 한꺼풀 신기루였다는 걸. 바로 고백했으니 말입니다.
인간이 중독될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정도라고 하는데. 종교, 마약, 그리고 섹스. 혹은 사랑. 저는 여기에 한가지가 더 추가되어야지요. 바로, 계급과 삶의 방식에 따른 "정치적 신념". 요즘 이 정치적 신념에 빠져 미쳐가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건 비극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마약이나 섹스에 미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허위의식으로의 이데올로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데 종교나 정치적 신념. 그리고 그것들로 다져진 계급투쟁은 기득권 수성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 낸 이데올로기인데, 이에 스스로 종속당하고 노예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고 보는 거지요.

소위 운동권 영역안에서도 운동권들도 나름의 위치에 맞게 크게는 엘엔/피디 계열로 작게는 마오쩌둥주의니 수정자본주의니 레닌주의니 주체사상이니 갈라서는 사이 애인도 갈라섰다는 얘기가 있지요, 아마. 하지만 한나라당/반한나라당 연인이 갈라섰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지만. 씨익. 또 친구의 경우는 애인의 경우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클로이의 구두'에 빗댄 설명이 기억에 남는데. 책도 없고 정확히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군요.

저는 정치적 신념이 저기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보네요. 이유라면, 종교 마약 성은 지향적 - 즉 그것이 주는 쾌락이나 즐거움 때문에 탐닉하게 되는 것입니다만, 정치의 경우는 기피적이죠. 위험이라던가 안전의 문제가 더 크게 작용을 하니까요. 물론,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좋은 옳은 세상에 대한 추구에서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됩니다만, 적어도 현재까지 인류가 경험한 바로는 분명한 정치적 노선은 항상 그 상대 - 반대 노선과 맞닥뜨리게 되거나 아니면 애초에 무언가의 극복이나 타파를 통해 전망을 실현하려 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특정 노선을 강하게 추구한다는 것은 대결적으로 그리고 그 대결에서의 승리를 위한 헌신, 의무감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봅니다.

마약 성 종교는 다른 무언가를 전제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즐겁(종교는 정치하고 좀 비슷하지만, 그 특유의 절대적 관점때문에, 정치에서의 정적에 대한 태도와 종교에서의 이단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게 되죠)습니다만, 정치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죠. 또한, 민감한 정치적 의식은 항상 윤리적 판단(그것은 자신의 가치관에 대한 충실성이라는 의미에서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명박이나 전여옥은 "극히" 윤리적이죠)에 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의 탐닉이라던가 몰두는 항상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의무감이라던가 자기비판이라는 반대급부를 가져오게 되죠.

말이 나온김에 하나만 덧붙이자면, 그것은 하나의 세계관이라는 의미에서도 단순한 쾌락이나 즐거움과 같은 선상에 있을수는 없다고 봅니다. 존재가 있고 쾌락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정치적 견해라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자의식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죠.


구구하게 글이 길어졌는데, 저와 정치적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된 상황에서라면 조금쯤은 감수하셔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사족을 붙이자면 프랑스적인 삶의 주인공이 순진하다고 한 이유는, 자기 자신 밖의 것에 대해 순진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그 정도 이유로 사랑이 신기루였다고 말할 정도라면 더더욱이나. 물론, 이제 그는 조금 덜 순진해 지게 되겠죠. 다만, 그 덜 순진해짐이 세상에 대한 회의나 낙담은 아니길 저도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그렇게 낙담해 가는 사람은 이 순간에도 수만명씩 생겨나고 있는 것이기에... 그리고, 그들의 낙담을 불러온 순진함의 책임이 오직 그들 자신에게 있는 것이 결코 아니기에 더더더욱.

제가 말하는 정치의 매혹적인 부분은 효율적인 전략을 가장한 주술의 의미로서의 격화되는 자존감. 공명심 을 말하는 것이지요. 우리에게 자원이 있고 그것을 활용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해주고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며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알도록 도와줌으로서 배양시키는 현실적인 신념과 기대가 어떤 결과에도 반복되는 한. 하나의 큰 사이클 안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는 매한가지인. 육체적 쾌락과의 구분없이 주제와 영역에 거리를 재지 못하고 예전보다 더 격하게. 다시금 빠져드는 삶을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단순한 이야기를 너무 애매하게 부풀려 이야기 한감도 있습니다만. 제 한계인 것으로 받아주시길. 씨익.

사족에 아주 간단한 응답을 드리면. 더 정확히는. 별로 개의치 않는 그녀를 향한 주인공의 실망과 그로 인해 급속도로 변화하는 감정은. 그것을 극복해낼 만큼의 농밀하고 애절한 사랑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그러기에 그가 달콤하게 꾸었던 꿈이 잘못이 아닌 것처럼 안나의 부주의함. 그녀에게서 상식에 어긋나지 않은 말. 도 잘못이 될 수 없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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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사회의 굉장히 많은 부분의 사람들이 정치를 세상에 대한 설명이 아닌, 자신에 대한 설명으로서 사용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실상은 자신에 대해서는 도피요, 세상에 대해서는 책임전가일 뿐이죠. 즉, 내가 왜 요모양 요꼴로 살고 있는가 라는 것에 대한 변명에 정치를 이용하려고만 하지, 정치에 대한 책임의 주체로서의 접근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진보파라고 결코 예외는 아닙니다. 제가 드린 말씀을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이 보고싶은대로 세상(정치)을 보고 있다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보수파보다 진보파가 한술 더뜨는 감이 있죠. 작금의 진보파의 위기가 설득력의 부재로 인한 부분이 크다고 볼 때, 이런 부분은 상당히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은 아니라고 하죠. 그러나, 당신(울므님을 말하는 것일수도 아닐수도 있습니다)도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유성과 보편성을 자기 입맛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인데, 문제가 되는 것은 남과 차별화하고 싶을때는 고유성을 강조하다가도,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하고 싶을때는 보편을 외치는 이중적인 태도죠. 다시한번 정치라는 것이 쾌락으로서 유통되고 있지 않음을 말씀드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체성의 위기, 자기구성의 위기" 에 대한 방패로서 정치가 운위되고 있는 현실을 제 나름대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 다시한번 말하지만, 베팍의 수많은 분들을 포함한 진보파들이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문제가 더 많습니다. 이거 결국 이야기가 나와버리고 마는데, 계급의 문제를 제가 지적하겠다고 한 것이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계급대로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한국에만 많은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더 강하죠. 그럼에도, 진보파 - 특히 한국의 진보파들은 계급담론을 아직도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수정하거나, 그것이 더 유효한 설명력을 지니도록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진보파는 현실이 잘못되었다라는,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주장을 펼치고 있죠. 저 역시 현실에서는 진보파로 작동하고 있는 정치적 개체입니다만, 이런 상황에서는 진보파에 미래는 없습니다. 뭐, 이것도 다 애정이 있어서 까는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애정역시 인간적 경의의 하나라고 볼 때, 본문에 말씀하신 김훈은 제가 한국국적의 소설가라는 범주의 사람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그의 소설은 한권도 보지 않았습니다만, 그의 뻔뻔스러운 당당함은 정말 매력있어요. 사람이 일관성이 있다면, 그만큼 상대하기 편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잔머리 굴리는 진보파보다 우직한 보수파가 현실상에서의 저의 이해관계와는 무관하게 훨씬 더 편합니다. 김훈같은 사람이 많아진다면 세상살기 참 편해질듯. 애정이야기에 웬 뜬금없는 김훈드립이냐라신다면, 인간의 매력에 대한 저의 관점이 이것이다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네요. 아마,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이 무엇인지 짐작은 가실겁니다.(사실은 나도 벌여놓고 어떻게 마무리지어야 할지 몰라서, 책임을 떠넘기는거임 ㅋ~)

음... 입력하다가 실수를 좀 해서 몇군데 수정했습니다... 내용을 바꾼건 아니고 문장 배치를 고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