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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체인질링> - 실종된 것은 아이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감(스포 만땅)

작성일
09-02-22 01:59
글쓴이
퍼스나콘 알투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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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를 한동안 안쓰다가 쓰니깐 좀 어색하네요..  대충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체인질링>(Changeling, 2008, 미국)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가 실화다라는 점을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어이 없는 일이라서 관객들이 자칫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이 영화는 실화다"라는 자막이 나오고 난뒤 카메라가 천천히 크레인 다운하면서 1928년의 L.A 거리를 비춥니다. 잠시후 흑백의 화면이 아주 옅은 컬러로 변하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역으로 영화의 마지막은 컬러에서 흑백으로 바뀌면서 카메라는 크레인 업합니다)
 
흑백화면에서 크레인 다운해서 컬러로 들어가는 것은 마치 오래된 신문 기사나 빛바랜 사진첩을 펼쳐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 역시 과거에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법으로 보입니다. 주목할 점은 카메라 감독인 톰 스턴은 거의 무채색에 가까운 컬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빛이 바랜 듯한 이 컬러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보는 내내 즐거웠는데 Kodak Vision 500T 5279 필름을 사용하고 블리치 바이 패스 과정을 거쳐서 콘트라스트를 많이 준 것 같습니다.

크리스틴 콜린스(안젤리나 졸리)는 전화교환국의 팀장입니다. 그녀는 아들 월터를 키우는 이혼녀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1920년대의 이혼녀입니다. 여성에 대한 인권이나 커리어 우먼에 대한 지위가 낮았을 그 시기에 싱글맘인 그녀가 살아가기 힘들었을 거라는 건 뻔한 일입니다.

크리스틴은 당번도 아닌 토요일에 갑작스레 일을 맡습니다. 월터와 영화를 보기로 약속을 했지만 회사측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기 힘들었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여성 노동력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았던 1920년대이고 그녀는 힘없는 이혼녀였으니까요.

그녀는 직장에 나갑니다. 롤러 스케이트를 신고 이리 저리 움직이며 전화교환 문제들을 해결해나갑니다. 전화 이용자들은 통신상의 불만을 이야기하는데 마치 이것은 앞으로 크리스틴이 경찰 당국과 의사소통의 문제가 나타날 것을 예견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직장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월터는 보이지 않습니다. 밤늦도록 아들을 찾고 기다리다 불길한 마음에 그녀는 LA 경찰 당국에 전화를 겁니다. 하지만 경찰은 월터의 실종을 단순 가출로 받아들이며 일을 미룹니다. 이 장면은 이창동의 <밀양>과 많이 닮았습니다. 물론 <밀양>은 범인의 협박 전화이고, <체인질링>은 실종신고 전화이지만 아들의 실종에 반응하는 엄마의 모습을 심도 있는 연기로 끌고 간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장면을 크리스틴의 얼굴을 옆에서 찍은 숏과 머리 뒤통수로부터 찍은 숏을 번갈아 보여줍니다. 이때 주의해서 볼 점은 머리 윗부분에서 찍은 장면입니다. 카메라는 장초점 렌즈를 사용해서 수화기를 든 크리스틴의 뒷모습을 찍었습니다. 그러니까 탁자 위에 놓인 전화기나 물건들은 포커스 아웃이 되어 흐릿하게 잡힙니다. 그건 앞으로 이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질 것이란 점을 시각적으로 상징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숏인 것 같지만 노장 감독의 혜안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월터가 실종된 지 5개월 뒤에 경찰로부터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하지만 돌아온 아이는 월터가 아니라 아들 행세를 하는 '뒤바뀐 아이'(제목 그대로 체인질링!)입니다. 크리스틴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하지만 언론의 비난을 두려워한 경찰은 그녀를 정신병자 취급을 해서 정신병원에 집어 넣습니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일 때문입니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불법 체류 중인 소년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경찰은 소년을 인도하는 과정에서 불법 체류 소년의 고백을 듣습니다. 자신의 사촌 형과 스무명이나 가까운 아이들을 양계장에 납치해서 도끼로 토막내어 죽였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납치한 인물들 중에는 월터로 보이는 소년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사건이 이렇게 전개되자 L.A 경찰에 비판적인 목사(존 말코비치)의 도움으로 크리스틴은 풀려나고 언론은 L.A 경찰과 정신병원을 질책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영화는 크리스틴이 법정에서 경찰 서장을 기소하고 살인범을 처형하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와인빌 양계장 살인 사건이라는 실화를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엽기적인 범인의 체포 과정에 촛점을 둔 <양들의 침묵>과 같은 스릴러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고, 살인마를 처형하는 과정에서 <카포티>와 같이 사형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다룬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보수주의자입니다. 주의할 점은 이때 보수주의라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수구 꼴통적 사고 방식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에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합니다. 그는 그것이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근본이라고 봅니다.

영화 초반에 크리스틴은 친구와 싸움을 했다는 월터의 말을 듣고 충고를 합니다. "싸움을 걸지는 말되 마무리는 내가 해야한다" 그녀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스스로 지킵니다. 자식을 가진 어미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지요. 웙터가 아빠랑 왜 헤어졌냐고 물을 때도 크리스틴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 아버지는 크리스마스 때 소포를 하나 받았단다. 그 소포를 풀어보니 그 안에는 '책임'이라는 것이 들어 있었지 너희 아빠는 그 소포가 싫어서 집을 나간 거다"

그러고 보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 속에서 LA 경찰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이유도 그들이 경찰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책임을 다했다면 월터는 살아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언론의 비판을 모면하고자 멀쩡한 아이 엄마를 정신병원으로 몰아 넣는 것은 공권력의 남용을 넘어선 엄연한 폭력입니다. 그러기에 영화 후반부에 연쇄 살인범의 재판과 직무 유기와 공권력을 남용한 경찰 반장의 재판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줍니다. 그들은 어쩌면 동일한 범죄자일 뿐입니다.


이 영화에서 책임의 문제는 죽은( 것으로 여겨지는) 월터에게도 나타납니다. 살아남은 증인의 증언에 의하면 월터는 양계장 탈출 과정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는데 다른 아이를 구출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충고를 실천한 월터는 죽음의 순간까지도 책임을 다한 아이였던 것이죠.

2009년 한국에서 1928년 미국에 있었던 일을 우리가 가슴저미며 보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공권력의 남용 속에서 책임감은 실종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보수주의자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일침이 내내 기억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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