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게시판 > 한국야구게시판 > [스타인터뷰]조성환 선수편~

이상구 전 롯데 단장은 팀이 또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2007년 “내년에 조성환이 돌아온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솔직한 느낌은 이랬다. ‘조성환? 2003년에 딱 한 번 3할 친 선수? 롯데에 선수가 없긴 없구나.’ 사실 기자는 조성환이 병역 문제로 팀을 떠나기 전인 2004년까지 그를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었다.

기자의 느낌은 틀렸다.

2008년 복귀한 조성환은 빼어난 타격 실력으로 ‘이대호와 여덟 난장이’라던 롯데 타선을 변모시켰다. 2008년 시즌 초 김정준 SK 전력분석팀장은 “조성환이 있다는 게 지난해와 가장 큰 차이다. 롯데 타선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타격 실력 뿐 아니다. 2008년 시즌 중반 정수근의 이탈로 팀이 어수선해지자 주장을 맡아 올해까지 롯데의 캡틴 역할을 하고 있다. 야구단 주장 역할을 잘 하는 건 쉽지 않다. 더 자유분방해진 후배들을 이끌며 팀을 추스려야 한다. 여기에 개인 성적이 나지 않으면 주장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게 야구단 생리기도 하다. 하지만 조성환은 자기 역할을 100% 이상 해내고 있다.

조성환이 주장을 맡고 홍성흔이 그 역할을 도와주며, 이대호가 ‘중간 보스’ 노릇을 하고 있는 롯데 라커룸 분위기는 근래 들어 가장 좋다는 평가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세 선수의 나이와 연차가 거꾸로 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직까지는 지금 서열이 이상적이라는 판단이다. 네이트 독자들이 던진 질문을 8월 셋째주 주말 조성환에게 전했다. 인터뷰는 훈련 전 더그아웃과 훈련 뒤 트레이닝실을 오가며 꽤 오래 진행됐다.

"강영식의 공은 빈 볼이 아니었기에 현수에게 조언 차 한마디 했죠"
"박정태 선배와는 비교 불가. 박 선배 한 마디하면 후배들이 알아서 움직여"
"캡틴은 정수근 물러난 뒤 감독님이 직접 지명, 감독님 스타일 잘 맞아"
"말 안 듣는 선수는 이대호. 홈런을 치라고 했는데 안타를 쳤어요"

"지금은 3번으로 뛰고 있는데, 롯데의 3번은 역시 홍성흔. 2번이 편해"
"박기혁과 환상 호흡. 굳이 사인을 내지 않더라도 척척 맞아"
"턱돌이 처음 봤을때 나랑 엮일 거 같다는 직감이 딱 왔다"
"내 응원가 들을 때마다 새롭고 뿌듯해. 인기있는 강민호와 헷갈려 불만ㅎㅎ"

24일 윤석민의 투구에 머리를 맞고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롯데 주장 조성환. 그의 빠른 복귀를 모든 야구팬들은 바라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 시즌 조성환 선수의 광대뼈 부상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 이후로 몸쪽 바짝 붙는 공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요. (김도형)

“상상 속에서 한 번씩 공이 얼굴로 날아오곤 합니다. 지금도 공포를 이겨내려 하고 있다는 게 정답인 것 같군요. 야구 선수도 사람이니까요. 큰 공포의 후유증은 오래 갑니다. 어쨌든 공포를 극복해야 타석에 설 수 있습니다.”

▶종아리 상태는 어떤가요? 완쾌한 건지, 아픈데 참고 뛰는 건지요. (강봉수)

"이젠 괜찮습니다. 겨울에 더 훈련해서 더 잘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죠.“

▶얼마 전 두산 김현수 선수가 사구를 맞고 발끈했습니다. 그 뒤에 김현수에게 뭐라고 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요. (문창현)

“강영식의 공은 빈 볼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야구에선 메이저리그에서처럼 빈 볼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중요한 승부처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그때는 현수를 잡아야지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타자가 지나친 제스처를 하면 상대도 자극을 받습니다. 빈 볼이 아닌데 빈 볼처럼 보여지니까요. 사실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는 순간은 선·후배라는 게 큰 의미가 없어요. 하지만 현수는 어리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입니다. 더 큰 선수가 되라는 의미에서 몇 마디 한 겁니다.”

(원정 팀 선수들은 가끔 홈 팀 트레이닝실을 찾아 운동을 하거나, 치료를 받기도 한다. 롯데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가 ‘미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워 하는 점 중의 하나다. 그만큼 선·후배 관계가 끈끈하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장염 증세로 20일 사직구장 트레이닝실을 찾아 링거 주사를 맞았다. 이때 롯데 선배들의 구박 때문에 의자에 앉아 부동 자세로 주사를 맞았다. 두산 출신 홍성흔이 좀더 따끔한 구박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김현수는 다음날에도 트레이너실을 찾아 약을 구해갔다.)

조성환과 강민호 (사진=연합)

▶롯데의 '캡틴'으로서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클 듯 한데요. (주정남)

“솔직히 많아요. 하지만 후배들이 알아서 부담을 잘 줄여주고 있습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는데 모두 가을에 야구하는 시간이 짧았죠. 올해도 4위 경쟁이 치열합니다. 스트레스가 따라붙을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습니다.”

▶2루수에 주장이라는 점 때문에 박정태 선수와 비교되기도 합니다. 본인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최재영)

“비교할 수 없는 분이죠. 신인 시절 박 선배가 주장이셨어요. 쳐다보기도 어려운 스타였지만 경기가 끝나면 늘 한 두 시간 개인 훈련을 하셨어요. 그때는 박 선배가 한 마디하면 후배들이 알아서 착착착 움직였어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존경을 모을 수 있는 분이셨죠. 그런 점은 저도 본받으려 합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주장인 조성환 선수에게 별도로 당부하거나 자주 하시는 말은 무엇인가요. (박혜린)

“주장이라고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하거나, 특별 대우는 없어요. 롯데 주장은 원래 1, 2군 선수 투표로 뽑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전 정수근 주장이 물러난 뒤 감독님이 직접 지명했습니다. 감독님이 주창하는 두려움없는 야구를 선수단이 잘 받아들이도록 도와달라는 뜻입니다. 나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려고 합니다. 내가 먼저 감독님 색깔에 맞는 야구를 하는 거죠. 그리고 감독님의 야구가 제 원래 스타일과 잘 맞아요.”

▶주장으로 볼 때 팀에서 가장 말 안 듣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이영희)

“이대호죠. 홈런을 치라고 했는데 안타를 쳤어요.”(웃음)

조성환과 홍성흔

▶언젠가 은퇴하게 되면, 주장 완장을 물려주고 싶은 선수는 누구? (박건태)

“홍성흔, 아니면 이대호입니다. 내 부탁을 들어줄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롯데 주장은 물려주는 자리가 아니라 선수들이 직접 뽑습니다. 야구팀 주장은 축구나 농구와는 약간 달라요. 개인 포지션이 확실히 정해져있고, 경기 중 돌발 변수도 많아요. 주장은 팀이 기우뚱해진다 싶을 때 잡아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초구를 거의 치지 않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김진윤)

“뭐랄까, 타석에서 준비가 늦는 스타일 같아요. 주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초구부터 달려들겠다는 생각이 약한 편입니다. 신중한 편이라고 할까요. 신중하게 치자고 다짐하니 배트가 쉽게 나가지 않아요. 하지만 주자가 있다면 달라집니다. 감독님도 늘 ‘주자가 있으면 투수는 타자를 잡으러 들어오기 마련’이라고 조언하십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도루 갯수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종아리 부상 영향인가요. (이중진)

“그렇죠. 도루 몇 개 더 하는 것보다 꾸준히 출전하는 게 팀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올해 종아리 통증이 재발했던 게 도루 스타트를 끊다 그랬거든요. 그리고 제 뒤 타순 타자들이 워낙 좋기도 해요. 하지만 1루에서 3루, 2루에서 홈으로 뛰는 플레이는 공격적으로 합니다. 전력 질주를 하더라도 머리 속에 미리 그리고 준비를 하면 부상은 오지 않아요.”

▶타순이 자주 바뀌는데 개인적으로 어느 타순이 제일 편한가요. (이재현)

“지금은 3번 타자로 뛰고 있는데, 롯데의 3번 타자는 역시 홍성흔이죠. 전 2번을 주로 치고 8번도 해봤는데 2번이 나은 것 같습니다. 성적이 떨어지면 8번도 괜찮습니다.”

▶최근 황재균과 키스톤 콤비로 뛰고 있는데, 박기혁과 황재균의 차이점이 있나요? 호흡은 누구와 더 맞는지요. (이재현)

“아무래도 오래 같이 뛰었던 기혁이와 호흡이 좋죠. 박기혁은 내가 다리가 안 좋았을 때는 내가 처리할 공까지 도맡았어요. 박기혁과는 굳이 사인을 내지 않더라도 어떤 공은 내가 잡고, 어떤 공은 상대가 잡는다는 의견이 교환돼요. 몸으로 아는 거죠. 황재균도 수비가 좋은 선수입니다. 재균이에게 늘 ‘너 정말 잘 한다’고 칭찬해 줍니다. 그 정도 실력이면 저로선 부러운 수준이죠. 노친네랑 같이 뛰기 쉽지 않을텐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올스타전에서 조성환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턱돌이와 춤을 춘뒤 자신의 턱을 만지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마스코트 '턱돌이'와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 들어 본 적이 있나요? 본인 생각은 어떤가요. (강향현)

“턱돌이를 처음 봤을 때 직감이 딱 왔어요. ‘얘는 무조건 나랑 엮일 거다’. 행동거지가 민망하거나 미웠다면 한 마디 했을텐데 쇼맨십이 있으면서도 이쁘게 잘 해요. 탈 벗었을 때도 괜찮은 친구고. 개인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조성환은 2008년 목동구장에서 처음 ‘턱돌이’ 길윤호씨를 처음 만났다. 첫 마디가 ‘네가 턱돌이냐’였다. 이때 길윤호씨는 “형님 유니폼 입고 뛰고 싶습니다”라고 했고, 조성환은 “나를 두 번 죽이려는 거냐”고 짐짓 화를 내면서도 승낙했다.)

▶사직구장서 불려지는 조성환 응원가는 마음에 드는가요. 개인적으로 탐나는 응원가가 있다면요. (정동현)

“마음에 들어요. 나만을 위한 노래니까 들으면 뿌듯해지요. 늘 듣는데 들을 때마다 새로워요. 탐난다기 보단 강민호 응원가가 유감이죠. 민호 응원가와 제 응원가를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인기도 더 많은 녀석이 선배 응원가까지 헷갈리게 하면 곤란하죠.”

p/s. 인터뷰 사흘 뒤인 24일 KIA전에서 조성환은 윤석민의 공에 헬멧을 맞고 쓰러졌다.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트레이너의 말에 다음날 병원은 찾지 못했다. 그가 느꼈을 공포는 인터뷰에서 보듯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조성환은 그 공포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미 인터뷰에서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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