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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유격수 박기혁이 엄청난 중압감을 견뎌낸 뒤 한때 쓰러질 정도로 탈진 상태를 겪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샌디에이고에 체류중인 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19일(이하 한국시각) 한국 취재진과의 오찬 자리에서 이같은 비화를 밝혔다. 하 총장은 "도쿄돔에서 열린 순위결정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다음에 기혁이가 라커룸에 돌아와서 거의 쓰러졌다. 완전히 탈진했는데 얼마나 긴장했으면 그랬겠냐. 이제서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충분히 짐작가는 상황이다. 2월15일 WBC 대표팀이 소집된 뒤 박기혁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었다. 박진만의 어깨 통증과 이에따른 엔트리 탈락,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표팀 내야의 핵인 유격수 자리가 불안하다는 얘기가 지속됐다. 　박기혁은 당사자다. 본인의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가 계속 쟁점이 됐으니, 겉으로 대놓고 말하진 못했어도 심리적인 괴로움이 컸을 게 당연하다. 게다가 대표팀이 지난 7일 일본에게 2대14로 대패할 때 경기 초반 더블플레이를 완료하지 못했던 게 빌미가 돼 실점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그를 괴롭게 만든 이유가 됐을 것이다. 　또다시 일본을 맞이한 9일 순위결정전에서, 그것도 1대0을 지키는 과정에서 주전 유격수가 겪었을 중압감이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지난 2006년 대표팀의 백업내야수로 활약했던 김재걸(삼성)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두점차 승부가 계속될 땐 정말이지, 내 앞으로 타구가 오지 마라, 마라, 하면서 주문을 걸게 된다." 같은 대회에서 박진만은 "고작 몇경기 치렀을 뿐인데 정규시즌서 몇달 뛴 것처럼 극도로 피곤함이 느껴진다"고 고백했었다. 　박기혁이 지금 그처럼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18일 일본전에서 승리한 뒤 박기혁에게 "이젠 많이 여유가 생기지 않았는가"라고 묻자, 박기혁은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으며 "아직도 여유가 없다"고 답했다. 어찌됐거나 이번 WBC를 통해 박기혁은 심리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