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마르티네스가 ‘외계인’이 된 것은 인간계에서는 보기 어려운 초강력 구위를 뿜어냈기 때문이다. 1999년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뉴욕 양키스는 정상을 향해 순항하면서 딱 한 번 역풍을 맞았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텍사스를 3연승으로 꺾은 것을 시작으로 월드시리즈에서 애틀랜타를 4연승으로 몰아붙이기까지 무섭게 달렸지만 중간 단계인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보스턴전에서 1패를 안아 포스트시즌 전적 11승1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당시 조 토레 양키스 감독은 “우리는 전승 우승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야구는 지구인끼리 하는 경기인데 지구인한테 우리는 진 적이 없다”고 했다. 양키스는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유일한 패전을 했고, 그날 상대팀 선발이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마르티네스였다.

　마르티네스는 외계 행성이 아닌 카리브해 섬나라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다. 야구로만 보면 도미니카공화국은 별나라 같기도 하다. 야구에 흠뻑 취해있는 나라로 이를테면 ‘야구 별’이다. 아이들은 맨발로 외출하더라도 글러브와 방망이는 챙겨나간다.

　인구 1000만여명인 도미니카공화국은 경제적으로는 뛰떨어져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중심세력이 됐을 만큼 야구 강국이 돼 있다. 해마다 슈퍼스타를 배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힘으로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정상에도 섰다.

　국내 팀들도 매년 ‘흙속의 진주’ 같은 외국인 선수를 찾기 위해 윈터리그가 열리는 도미니카공화국을 찾곤 한다. 공 들인 만큼 성과를 얻기도 했다.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인 펠릭스 호세와 내야수 틸슨 브리또, 호세 페르난데스, 아킬리노 로페즈 등 국내 팬에게 익숙한 선수들이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스카우트들에게 ‘보물섬’ 같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같기도 하다. 좋다고 뽑아놔도 돌발 변수가 도사리곤 한다. 엄청난 열정을 보이기도 하지만, 성실성에서 실망감을 주기도 한다. 이따금 엉뚱한 부상 소식도 전해진다. 

　LG 1선발이던 레다메스 리즈 또한 황당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더구나 현지 병원에서 받은 진단 ‘반월상 연골파열’은 오진이었다. 미국에서 재검진 결과 그보다는 부상이 경미해 다행이었지만 부상 내용을 재차 확인해야 했다. 야구 수준은 높아도 관련 전문병원 등 제반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인데 과거 두산에서 뛰던 캘빈 히메네스도 퇴출 당시 부상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아 구단 관계자들은 당황케 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도미니카에는 스키장도 없을텐데 겨울만 되면 부상이 잦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예측 불가성 때문일까.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외국인선수들이 줄어들고 있다.

　팀별 외국인 선수 보유인원이 확대되며 올해 1군리그에서 만날 외국인선수가 28명으로 늘어났지만 그 중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은 3명뿐이다. KIA에서 뛴 헨리 소사, 한화의 대니 바티스타 등 그 곳 출신 여러 선수들이 팀을 떠난 가운데 KIA 마무리투수 하이로 어센시오와 한화 외야수 펠릭스 피에, 삼성 내야수 야마이코 나바로 등 새 얼굴 3명만 올 시즌을 맞게 됐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야구 스타가 특별히 대접받는 나라다. 2014시즌을 보내고 금의환향할 꿈꾸고 있는 이들은 ‘외계의 힘’을 다시 발휘할 수 있을까. 요즘 사랑받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초능력을 쓰는 ‘그대’처럼. 

기사 제공: 스포츠경향 http://sports.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