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국내 프로야구 6팀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20일. 선동열 KIA 감독이 그날 만큼은 꽤 홀가분해 보였다. 골칫거리였던 마무리 자리의 주인을 확정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이전 시즌 선발이던 외국인 투수 앤서니 루르를 상대로 마무리 전업 의사를 최종 확인했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답을 얻었다.

선 감독은 물론 KIA 관계자 대부분은 그때만 해도 뒷문이 그토록 불안한 가운데 시즌을 치를 줄 상상하지 못했다.

2012년 선발로 11승(13패)을 올렸던 앤서니는 마무리로는 자주 흔들렸다. 7월말 퇴출될 때까지 20세이브를 거뒀지만 3패에 방어율 4.50으로 부진했다. KIA는 5월 들어 SK로부터 송은범을 영입해 뒷문 안전장치를 달았으나 그마저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KIA는 초강세로 시작한 시즌을 씁쓸히 접어야 했다.

LG 봉중근-넥센 손승락

각팀 사령탑은 스프링캠프를 지나며 눈앞의 문제를 하나씩 풀어간다.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역시 마무리를 선정하는 일이다.

박종훈 NC 육성 이사는 LG 사령탑이던 2011시즌 시범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무리 발표를 미루기도 했다. 김광수와 이동현 등 후보를 놓고 저울질하는 와중에 한 선수를 낙점해 공개하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타순은 한번 발표한 다음에라도 매경기 바꿀 수 있지만 마무리는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도 프로 사령탑으로 SK 지휘봉을 처음 잡았던 2007시즌에 마무리부터 낙점한 뒤 투수진 구성해나갔다. 김 감독 또한 마무리만은 따로 불러 “네가 할 수 있겠냐”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9개 구단 감독은 올해 뒷문지기를 놓고 얼마나 안심하고 있을까. 올해야 말로 각팀 뒷문 상태가 불확실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구원왕(46세이브) 손승락을 보유한 넥센과 구원 2위(38세이브) 봉중근이 있는 LG를 제외하면 저마다 찜찜한 구석을 안고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들 구단을 제외하면 지난해 20세이브를 따낸 송창식을 마무리로 내세우는 한화 정도만 별 변화없이 새 시즌을 맞는다. 다른 6개 구단은 새 뒷문지기를 내세우고 있어 뚜껑을 열고 확인하기 전까지는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입장이다.

삼성은 지난 8년간 붙박이 마무리로 나선 오승환(한신)의 후임자를 찾고 있다. 필승조 셋업맨 안지만을 1순위 후보로 놓고 있는 가운데 심창민과 차우찬도 대체 가능한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러 후보를 확보하고 있지만 적어도 4월은 보낸 뒤에야 확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IA는 또 한번 외국인 선수로 밀어붙인다. 이번에는 아예 전문 마무리투수를 골랐다. 지난해 볼티모어 트리플A에서 5승28세이브, 방어율 2.66을 기록한 어센시오로 공백 메우기에 들어갔다.

두산은 선발로 전업했던 이용찬을 다시 마무리 자리로 불러들였고, 롯데는 사이드암 김성배와 우완 정통파 최대성을 더블 스토퍼로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1군 무대 2번째 시즌을 맞는 NC는 베테랑 손민한과 신예 이민호 등을 놓고 적임자 고르기에 나섰다.

SK는 다른 팀보다 마무리 쪽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왼손 에이스 김광현의 마무리 전환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김광현을 선발 로테이션에 그대로 둔다면 왼손 박희수를 마무리로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중반이면 마무리 표정만 봐도 팀 성적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LG와 넥센이 감격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것도 마무리가 건재한 덕분이었다. 또 삼성은 강력한 마무리를 중심으로 한 뒷문의 견고함으로 통합 3연패를 이뤘다. 반대로 4강 경쟁에서 밀린 SK·KIA 등은 마무리 싸움에서 상대적인 열세를 보인 끝에 무대 밖에서 가을을 보냈다.

각 팀의 전력정비가 한창인 1월말. 각 팀 사령탑은 두 다리를 뻗고 단잠을 이루고 있을까. 마무리 투수 상태를 알면 대충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