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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해서 나만 정신차리면 되죠.”

두산 고영민(30)이 스파이크 끈을 고쳐맸다. 그에겐 더 이상 밀려날 공간이 없다.

2002년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9순위로 입단한 고영민은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주전으로 도약했다. 2007·2008시즌 두산의 준우승에 기여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빠른 발과 탁월한 야구 센스로 2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서 폭넓은 수비를 자랑하는 ‘2익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한동안 대표팀 주전 2루수 자리도 그의 차지였다.

두산 고영민. 두산 베어스 제공

그러나 정상에서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했다. 이후 성적이 내리막을 걷더니 오재원, 최주환, 허경민 등에게 팀내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고 말았다.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지난 시즌에는 프로 데뷔 후 가장 적은 10경기를 출전하는데 그쳤다.

고영민은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해에 크게 아팠던 곳은 없었다. 몸 상태는 지난 해와 비슷하다. 지금부터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 올린다면 올 시즌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어느새 프로 13년차. 그는 올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FA(자유계약선수)가 돼 동기부여도 충분하다.

정상에 있다 맛본 추락이었다. 다시 올라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야구가 어렵다’는 몸소 느낀 그는 “관중들이 많은 1군에서 야구를 하다가 2군에서 시합을 하다 보니 1군 생활이 많이 그리웠다. 컨디션이 좋아져서 1군에서 연락이 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을 때 내 뜻대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을 보면서 혼자서 좌절하는 순간도 많이 있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했다.

함께 뛰었던 선배 김선우,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임재철 등이 이번 겨울 모두 팀을 떠났다. 고영민에겐 야구인생의 위기를 넘어야 하면서 고참이라는 책임감도 안게 됐다.

“그 동안 홍성흔, 이종욱, 손시헌 선배 등의 모습을 보면서 고참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많이 보고 배웠다. 시합 때에도 좀 더 활기차게 그리고 선수들에게 격려도 많이 하면서 팀이 이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고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에 집중하면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잘 따라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해 2군에서 고영민을 지켜본 송일수 신임 감독은 고영민을 주목할 선수로 이야기했다. 고영민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두번 다시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두산 고영민. 두산 베어스 제공

고영민은 “2군 감독 때 스타일만으로 감독님을 100% 알 수 없다. 그러나 송 감독님은 시합할 때 나태한 선수들에 대해 매우 엄하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프로 선수 본분에 대해서 많이 강조했다. 또 매우 섬세한 스타일이고, 야구 시야도 넓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내가 잘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울러 “매일같이 새로운 마음으로 시합에 임하도록 하겠다. 매일같이 즐겁게 야구를 하다 보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으로 믿기 때문에 목표는 하루 하루 열심히 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고영민은 가족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고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결혼 이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내를 향한 미안함과 아들 태원이에게도 아빠가 1군에서 멋지게 뛰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고영민은 “야구가 잘 안되서 힘들었을 때 항상 와이프가 밝게 대해줘서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올 시즌에는 심기일전해서 아들 태원이에게나 아내에게 예전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나만 정신차려서 똑바로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올 시즌에 임할 생각이다. 올 시즌에는 기필코 부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