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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야시엘 푸이그(24)는 지난해 다저스가 거둔 최고 수확이었다. 다저스가 한창 하락세를 타던 6월 메이저리그에 등장해 거칠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팀이 대반전하는 데 주동력이 됐다. 때로는 어이없는 수비 실책을 하고, 단타를 친 뒤 2루까지 뛰다 아웃되는 등 실수를 연발했지만 푸이그의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가 결국에는 다저스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넥센에도 푸이그와 비슷한 선수가 나왔다. 문우람(22)은 넥센의 분위기가 최악이었던 6월말 1군에 올라와 공·수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을 다시 상승세로 돌려놨다. 플레이 스타일도 푸이그와 비슷했다. 그래서 넥센 팬들은 그를 ‘문이그’라 불렀다.

아쉽다면 아쉽고, 만족스럽다면 만족스러운 2013 시즌을 보낸 문우람은 다가오는 2014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전 목동구장에서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넥센 문우람 목동|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내 점수는 중간 정도

지난해 문우람은 69경기에서 타율 3할5리·4홈런·28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 팀에 합류한 것을 감안하면 박수받을 내용이다. 2012년 시즌 막판 몇 경기 나선 바람에 신인왕 자격을 놓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이 정도면 자기 자신한테 만족스러운 점수를 줄 법도 하지만, 문우람은 아직도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점수로 몇 점이라고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중간은 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한 것 같은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그렇지 않잖아요. 더 잘하고 싶고, 아쉬운 부분도 많고요.”

그래서 문우람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잠깐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목동구장에서 개인훈련에 돌입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의 비중을 늘려 근육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무게가 늘면 스피드에 영향이 있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문우람은 공·수·주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쟁이’다.

“살을 찌운다고 해서 무작정 찌우는게 아니예요. 민첩성과 순발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힘을 늘려가는거죠. 제가 본래 가지고 있는 힘을 더 키워서 공이 맞아나갈 때 파워를 좀 더 강하게 하기 위한 거예요.”

■자신감?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올 시즌 넥센의 외야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붙박이 주전 이택근에 외국인 선수 비니 로티노가 들어와 벌써 두 자리가 찼다.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문우람·유한준·오윤·이성열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주전경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문우람은 이 상황이 재밌다고 했다.

“그냥 재밌을 거 같아요.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경쟁을 한다는 거 자체가 아직 저한테는 영광이죠.”

따라서 목표도 자연스레 전경기 출장이 됐다. 1군에서 전경기에 나선다는 것은 곧 붙박이 주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경기 출장이라는게 모든 선수들이 다 하는게 아니잖아요. 그만큼 어려운 기록이기도 하고요. 물론 전경기 출장을 하려면 먼저 1군에서 주전을 꿰차는게 우선이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올해도 형들과 함께 1군에서 재밌게 야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수하심’으로 맞을 2014년

문우람은 올 시즌 지난해 활약을 인정받아 연봉이 64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인상률이 무려 106.7%였다.

두 배가 넘게 인상된 만큼 자칫 교만해질 수 있다. 이에 문우람은 새해를 맞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뜻의 한자성어 ‘저수하심’을 마음 속 깊이 새겼다.

“사람들이 볼 때 제가 겸손해졌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항상 조심하겠습니다. 야구 외적으로도 2014년에는 내 자신만 생각하는게 아니라 남을 배려하면서 살고 싶고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도 있잖아요. 어렵지만 실행에 옮기려 노력하고 있어요.”

문우람은 팬들이 ‘문이그’라고 불러주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좋은 어깨 덕에 ‘보살’이 많다고 해서 ‘문보살’이란 별명도 좋다고 했다.

“문이그든 문보살이든 제가 잘한다면 팬들께서 계속 불러 주시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