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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38·롯데)이 은퇴를 결심한 날은 큰 아들 영준(11) 군의 생일인 5월 16일이었다.

1999년 프로 데뷔를 한 뒤 줄곧 롯데 유니폼을 입은 조성환은 그 동안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동안 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조성환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스쳐지나가는 기억은 단 한가지였다.

“주장할 때 경기 전이든 경기를 하고 있던 중이든 선수들을 동그랗게 모아놓고 이야기를 했던 그 순간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나한테 선수들의 시선이 모두 집중돼 있던 그 느낌. 부족한 주장이었지만 나의 한 마디에 움직이는 모습이 굉장히 좋았어요.”

롯데 조성환. 롯데 자이언츠 제공

가족도 모르게 큰 결심을 한 조성환에게 던진 아들의 첫 마디는 “아빠, 이제 스트레스 덜 받아서 다행이다”였다.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지는 꽤 됐다. 올시즌을 맞이하면서 그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다. 그래도 스프링캠프와 시범 경기도 잘 치렀다. 다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후배 정훈이 선전했고 조성환의 자리는 없었다.

그리고 1군에서의 2경기가 그의 결심을 굳혔다. 조성환은 “운명같은 2경기였다”고 했다. 지난 5월 15일 1군에 콜업된 조성환은 잠실 LG전에서 1사 후 최준석의 대주자로 투입됐다.그리고 다음날 사직 넥센전에서는 5회 무사 만루에서 대타로 출전해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대주자로 나갔을 때 관중들의 환호성을 잊을 수 없어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감동을 받아본 적이 있나 싶었죠. 하지만 넥센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날리자 나에게 사랑을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 실망감을 보내주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날 조성환은 롯데 김시진 감독과 구단 관계자를 찾아가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성환은 “내가 미친듯이 잘했다면 모르겠지만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떨어지는 기량은 스스로가 가장 먼저 느끼고 있었다. 또한 후배가 일취월장하고 있는데 길을 막고 싶지 않았다. 머지 않은 시일 내에 팀에서 은퇴를 권유할 것 같다는 느낌도 있었다. 조성환은 지금이 떠나야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야구를 처음 시작한 것도 그의 의지였다. 조성환은 “내가 부모님을 설득해서 먼저 야구를 시작한 것이니 마무리도 내가 해야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성환은 이제 제 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이달부터 구단 전력 분석원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조성환은 “다른 팀들 경기를 보러 다니면서 그동안 몰랐던 것을 알고 싶다. 다른 팀들은 어떻게 돌아갔는지 등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전력 분석원으로 듣고 보는 경험은 그의 궁극적인 목표인 지도자의 꿈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음은 편해졌지만 단 하나 못 이룬 꿈이 있다. 그에게는 우승반지가 없다. 조성환은 “우승 못한게 한인데 후배들이 그 꿈을 대신 이뤄서 이미테이션 우승 반지라도 끼게 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후배들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조성환이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단 한가지였다. “너희들은 강하다”는 것이었다.

“롯데는 후배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팀입니다. 개개인을 다 뜯어보면 정말 좋은 팀이에요. 그런데 아직 본인들이 모르는 것 같아요. 서로서로 얼마나 강한지 신뢰를 보내줬으면 해요. 그것만 잊지 않으면 우승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