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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른 팬들은 윤석환을 베어스 투수중 가장 뛰어난 좌투수로 보지만 전 조금 관점이 다른데요. 

윤석환은 84년과  88년 단 두해만 너무 특이하게 잘했고 또 그 두해 혹사 여파로  일찍 은퇴를 했죠. 

하지만 지금부터 말할 투수 이혜천은 혹사 당하면서 90년대 중 후반부터 일본에 가기 전까지 꾸준하게 활약해줬죠. 

물론 통으로 쉰 시즌도 한해 있습니다만....

이혜천은 원포인트가 아닌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시즌 최다 경기수 신기록을 세우기도 하고 원포인트에서 부터 롱릴리프나 심지어는 땜빵선발까지 그처럼 오랜기간  지독한 마당쇠로 뛴 투수도 흔치 않습니다. 그렇게 혹사 당하고 아직까지 어깨가 남아나는게 신기한 선수죠.  

또 나중에 선발로 전향해서는 지극히 불운해서 방어율 3위에 올랐지만 9승에 그치기도 했고요. 

전 이혜천을 일반 야구 천재들과는 좀 다른 종류의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상고 3학년시절만 하더라도 그는 130을 간신히 던지던 투수였습니다. 그러던 그가  프로 입단 후 1년도 되지 않아서 145 이상 좋을때는 150 이상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급속히 구속이 늘어난 투수는 오랜 야구팬이 저조차도 찾기가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보통 우수한 신인투수들이 연습할때는 구위가 좋고 제구가 기가 막히지만 실전 마운드에 오르면 대부분 연습때보다는 좋지 못한 공을 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혜천은 신인시절  특이하게도 연습때는 제구가 엉망인데 실전 경기에 등판을 시키면 인코스 아웃코스 오른쪽 타자 무릎을 파고드는 기가막힌 제구력을 선 보이니 감독과 코치가 황당해 했다는 일화가 떠오르네요. 전대미문의 실전용 투수 이혜천이라는 일화가 아직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 계투로 혹사당하다가 갑자기 땜방선발로 나서서 완봉승을 거두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이혜천이 그렇게 원하던 선발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죠. 

물론 이혜천이 지금 생각하면 일본에 간 덕분에 운이 좋은것 같지만 그의 야구인생이 운이 좋았다고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니 솔직히 불운했죠. 

팀에 그보다 나은 꾸준한 선발 투수가 박명환 이외에는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팀 사정상 매년 중간에서 혹사만 당하고 선발을 못시켜줘서 김인식 감독이 미안해 하기도 했고요. 안타까워 한 그의 부친은 감독에게 뇌물을 써보라는 말을 했다고 스포츠 신문 가쉽에 실린것도 기억이 나네요. 90년대 후반 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두산의 투수진이 형편 없으면서도 꽤 좋은 성적을 냈던것은 사실 이혜천의 힘이 큽니다. 

물론 꾸준히 혹사 당하면서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의 공은 점점 위력이 떨어져 갔죠. 150을 상회하는 한때 크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던 이혜천 이었지만 이미 그때도 구위는 90년대에 비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위대한  좌투수가 될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팀은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죠. 물론 이혜천은 의욕을 잃었고 나태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활약과  낙천적인 성격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선수였고요. 

다른팀 있는 프랜차이즈 먹튀들에 비해 이혜천의 통산 성적은 지극히 초라하지만 팀에 대한 희생과 공헌도는 결코 적지 않다고 봅니다. 이혜천에 미안한 마음을 가진 올드팬인 저 역시 요즘 이혜천이 부진해서 경기를 날리면 짜증이 납니다. 하지만 팬들에게 운만 좋은 선수라고 욕을 먹으면 마음이 아프네요. 적어도 그가 실력과 재능도 없으면서 돈복과 운만 좋은 선수는 결코 아닙니다. 이혜천은 사실 불운한 투수라고 생각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