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투수 출신 감독이 투수 운용 잘할까요? (나름 장문)
- 작성일
- 12-06-05 15:33
원래는 김재박 감독이 여전히 까이는 것이 정찬헌 혹사 시켜서 고인 만들었다는 것 때문에 시작했죠.
과연 진짜 정찬헌은 혹사를 당한게 맞느냐. 라는 것이 주제였지요.
그런데 점점 자료 보다 보니 본문 제목처럼 과연 투수 출신 감독들이 투수 운용을 잘하는지가 궁금해지더군요.
아니 좀 더 엄밀한 의미로는 '팬들이 말하는 것처럼 혹사 없이' 투수 운용을 잘하냐겠죠.
일단 중요한 점 몇가지를 짚고 넘어갑니다.
1. 전 스탯 자세한 거 잘 모릅니다. 하하 -_-
경기 수, 이닝 위주로 봐주세요.
일주매님이 만든 것처럼 어마어마한 자체 스탯 같은건 능력 밖입니다.
2. 즉, 주로 연투에 대한 부분은 미흡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세요.
3. 아마 특정 감독과 선수 이름이 자주 거론될테지만 그냥 여러 예시의 하나라고 생각해주세요.
특별히 누굴 까겠다 말겠다는 없습니다.
4. 자료는 아이스탯에서 찾았고, 조회할 때 '구원'만 찍어서 했습니다.
자, 처음 시작대로, 정찬헌은 과연 혹사를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찬헌의 스탯과, 해당년도 타팀 선수들의 스탯을 비교하는 식으로 하겠습니다.
정찬헌은 2008년도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했습니다.
2008년도 기록입니다.
이닝이 엄청 많아서 헉 했는데 알고보니 선발로 나가서 연패를 했었죠.
따라서 선발과 구원을 구분해 보았습니다.
사실 이정도면 무난한 것 같은데, 여기서부터 까는 분들도 적지 않아서 시작했습니다.
선발 불펜 왔다리 갔다리로 무리를 줬다가 주된 비난인데..
그 비난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울트라초특급 선수급이 아니면 90% 정도는 이런 식으로 해왔다는 건 간과를 하더군요.
당장 올 시즌 최성훈도 선발 스타트 해서 불펜으로 갔죠.
어느 팀이나 심심찮게 찾을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그 해의 각팀별 주요 불펜들입니다.
대부분 정찬헌보다 더 많이 나왔고, 더 많이 던졌습니다.
유별나게 많이 나와서 많이 던진 선수들은 빨간 표시 했습니다.
투수 출신 감독은 김성근, 선동열, 김시진 감독으로 아는데
김시진 감독의 히어로즈를 제외하고는 70이닝 넘어선 투수는 한명 이상 있죠.
히어로즈엔 69.2 이닝의 송신영이 있구요.
투수 출신 다음으로 괜찮다는 포수 출신인 김경문, 조범현 감독의 경우도 매한가지입니다.
오히려 로이스터 감독이 여러명을 골고루 썼죠.
제 기억이 맞다면 로이스터 감독은 투수 출신이 아닌데요.
엘지의 경우를 볼까요.
혹사로 따지면 정재복이죠.
다만, 정재복의 혹사 여부도 다른 팀 에이스에 비하면 그닥 심한 편은 아닙니다.
(당시 마무리는 우규민이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정찬헌에게 혹사가 너무 심했다는 2010년입니다.
확연하게 경기 출장도, 이닝도 늘어났습니다.
그럼 그 해에 정찬헌이 혹사 짱 먹었을까요?
같은 해에 팀별 불펜 에이스 중에 저정도 안던진 투수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이승호는 무려 100이닝을 넘겼는데 이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네요.
90이닝을 넘긴 투수도 2명이 더 있습니다.
송신영의 이닝이 적은데, 반면에 출장 경기는 약간 적고 같은 팀의 이보근은 더 많이 나왔죠.
고창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임태훈이 더 많이 나왔죠.
롯데가 놀랍더군요. 사실 롯데는 매년 찾아 볼수록 놀라웠습니다.
정찬헌이 혹사의 대명사가 아니죠.
오히려 정찬헌은 위에서 세면 15위권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마무리로 끌려 나오고 있었다는 평을 듣던 정재복은 정찬헌보다도 더 적구요.
팀별 2명씩 7~90 이닝 던지는게 흔했던 시즌입니다.
그런데 2010년에는 그 경향이 더 늘어납니다.
아 참고로 위에서부터 그 해의 순위입니다.
놀랍게도 강팀일수록 혹사를 당하는 투수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그 강팀들이 대체로 투수 출신 감독들이죠.
정현욱 이보근 정우람 머 이런 선수는 매년 나오더군요.
정현욱 정우람 이보근 이런 선수는 징그럽게도 매년 나오죠.
원래 글 주제 결론을 쓰자면.
정찬헌은 과연 혹사를 당했을까요?
정찬헌과 저 위의 투수들과의 차이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 단연코 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수? 이닝? 도찐개찐, 오히려 정찬헌이 더 적어요.
그런데 왜 정찬헌이 혹사를 그렇게 당했네, 김재박 감독이 죽일 놈이네 소리를 들을까요?
신인이라구요? 네 신인인데 너무 많이 나오긴 했죠.
그렇지만 저 위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 중에 당장 임찬규도 신인이었죠.
근데 뭐 혹사 이야기가 나왔나요. 없었죠.
이보근도 처음엔 신인급이었구요.
제 생각에 자꾸 정찬헌 정찬헌 타령하는건 정찬헌이 못하기 때문입니다.
신체 조건, 공의 구위, 변화구 갯수, 변화구 각도, 직구의 위력 기타 등등 갖고 있는 모든 것이 제법 좋은데도
whip은 1.5가 넘고 방어율은 5점대에 나오기만 줘 터지기나 했지요.
왜 그럴까? 하고 고민하다가 나온 결론이 혹사당했으니까 그렇지! 라고 흔히들 감독 깔 때 나오는 그게 나온겁니다.
그럼 정찬헌은 혹사가 아닐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혹사는 맞죠.
그렇지만 이상하게시리 이미 감독이 바뀌고 또 바꼈는데도
아직도 정찬헌 끌어 와서는 혹사 운운 하는 김재박 감독에 대한 비난은 이해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만큼 던진 투수가 희귀해서 없던 것도 아니고
매년 각 팀별로 한두명씩 꼬박꼬박 나오는게 거의 관례인데요.
오히려 혹사를 따지자면 매년 80 이닝씩 던져온 다른 투수들에 비할 바가 아니죠.
그리고 쓰다보니 나온 또 다른 주제에 대한 생각.
투수 출신 감독이라고 혹사가 없는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암튼 비례 반비례와 무관하다.
롯데의 혹사가 젤 적은 것 같다!!
그렇다면 롯데의 혹사는 왜 적을까요?
이정훈이 70 이닝을 넘기고 한동안 뜸했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이 불펜 관리를 잘했을까요? 물론 그렇겠지요.
이 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각 팀이 선발로 소화한 스탯들입니다.
위에 이미 올린 불펜 투수들 스탯과 비교를 해보면,
2008년에 선발이 700이닝 이상 던진 팀은 롯데 뿐입니다.
그것도 다른 팀보다 월등히 많지요.
그 다음이 히어로즈의 700이닝이구요.
아니나다를까 불펜 투수들 스탯을 보면 70이닝을 넘긴 투수가 없습니다.
송신영이 69.2이닝을 던졌지요.
롯데는 심지어 60이닝도 없습니다.
2009년엔 기아와 롯데입니다.
각각 손영민과 이정훈이 70이닝을 넘겼죠. 손영민은 좀 많이 넘겼지만요.
반면에 비교적 적은 이닝을 소화한 두산과 히어로즈는 혹사가 2명씩 있습니다.
2010년에도 역시 롯데와 기아입니다.
기아는 68이닝과 71.1이닝이 있습니다.
불펜 혹사가 없는건 아니지만 3명씩 있는 삼성 SK와 한명씩 있더라도 75이닝 이상인 다른 팀보다 사정이 좋았겠죠.
(원래대로라면 70이닝 이상만 집어 오려다가 나온거라 좀 이상합니다만;;)
2011년에는 많은 팀들이 700이닝을 넘겼습니다.
역시, 기아의 손영민을 제외하고는 혹사를 심하게 당했다고 느낄 정도는 아닙니다.
반면에 선발이 많은 이닝 소화를 못한 SK(579.2 이닝)의 경우엔 정우람이 90이닝을 넘겼죠.
완전히 비례 반비례는 아닙니다만, 회귀분석을 통하면 관련이 있다는 정도는 나올 것 같습니다.
즉, 결론은 이겁니다.
불펜 투수들이 혹사를 당합니다. 네, 그렇게 자주 됩니다.
그런데 그 혹사를 줄이기 위해서 감독이나 투코를 욕해야 하느냐? 아닙니다.
적어도, 유원상 좀 그만 올려 ! 이런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시급한 것은 선발 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도록 해야합니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감독과 코치의 몫이구요.
투수 출신 감독이 잘 운용한다? 아니라고 봅니다.
너무 짧은 4년 가량의 예이긴 합니다만 투수 출신 감독들인 김성근, 선동열, 김시진 감독 모두 혹사 했어요.
포수 출신 김경문, 조범현 감독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야수 출신인 로이스터 감독이 가장 적은 혹사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엘지는 혹사 순위로 따지면 하위권에 속합니다. 김재박 박종훈 모두요)
혹사에 더 큰 영향은 선발 투수들이 얼마만큼의 이닝을 소화시켜 주느냐.
여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보너스.
앞으로야 얼마든지 달라지겠지만
현 시점에서 혹사를 할 불펜 투수를 보유할 가능성이 큰 팀은
SK > 기아 > 엘지 순으로 보이네요~
반면에 롯데 > 넥센> 삼성 > 한화는 불펜을 아끼고 있어서 반등의 여지가 많을 겁니다.
물론 팀별 경기수 따위 무시했습니다 하하 +_+
현시점에서 선발진 FIP은 되려 하위권이 더 좋군요. 흥미로운 시즌이 될 것도 같습니다.
끗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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