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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선수층만 놓고 보면 부러움의 대상이다.

두산은 비주력 선수들의 기량이 가장 뛰어난 팀으로 평가받는다. 야수 전 포지션에 걸쳐 주전이 빠지더라도 공백이 가장 적게 느껴지는 팀이 바로 두산이다.

두산이 지난해 포스트시즌 16경기를 치르는 체력전에도 한국시리즈 정상을 넘볼 만큼의 경기력을 보인 것 또한 필요할 때마다 빈자리를 메운 비주전의 활약 때문이었다.

두산 송일수 감독

두산야구는 ‘유망주가 끊임없이 솟아난다’고 해서 ‘화수분’으로 불린다. 신고선수 출신 간판선수만 해도 이종욱, 손시헌(이상 NC), 김현수, 오현택, 최재훈 등으로 적지 않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주전이 강하다는 것은 확실한 주전만 놓고 보면 약세를 보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산 전력의 마이너스 요소가 ‘내부’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매 시즌 4강 후보로 지목되는 두산이 우승권에 다가서지 못하는 것을 두고 한 야구 해설위원은 “경쟁은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유지하고,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친 내부 경쟁은 피로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야구 현장에서는 “라인업이 잘 바뀌지 않는 팀이 강팀”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 시즌 두산에서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는 4명으로 최하위 한화와 함께 가장 적었다. 부상, 부진 등의 이유가 있었다고 하지만 타순의 핵심인 4번타자가 매경기 달라지는 등 선발 라인업 구성에 변화가 많았다. 돌려쓸 자원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선수 운영이었다. 이는 지난 시즌 스토리만은 아니었다.

두산은 2007·2008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할 때 베스트라인업과 경기 후반 투입되는 선수가 구분돼 있었다. 이같은 전력이 톱니바퀴처럼 어우러지면서 당시 라이벌 SK를 위협했다. 그러나 이후로 두산야구의 팀 컬러는 주전 라인업과 강력한 백업 전력의 경계선에서 갈팡질팡하곤 했다.

눈 앞의 승부가 급한 감독 입장에서는 주전선수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기다리기보다는 대체자원에 눈을 돌리게 된다. 주전과 비주전 사이가 모호해지면서 선수들의 선수들의 발전도 저해받는 듯 하다. 수많은 선수가 기회를 얻어 주전급으로 올라섰지만 김현수 이후 팀을 대표할 만한 스타플레이어는 나오지 않고 있다. 두산이 골든글러브 시상에서 3년 연속 무관을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임 송일수 두산 감독은 지난 9일 시무식에서 “현재 주전은 김현수 뿐”이라며 경쟁을 강조했다. 경쟁을 통한 전력 업그레이드로 이상적인 베스트 멤버를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다만 베테랑이 대거 빠지면서 풀타임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많아진 올 시즌 그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송 감독이 이끄는 두산야구는 베스트라인업의 2008시즌 스타일일까. 아니면 야수진이 두루 나섰던 2013시즌 스타일일까. 조만간 뚜겅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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