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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BO는 히어로즈에게 가입금을 KBO로 직접 납입할 것을 요구하며 트레이드 승인을 유보한 상황입니다. 기존에 KBO 총재가 가입금만 완납하면 현금 트레이드를 막을 명분이 없다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죠. 여기에 대해서 두산과 엘지 외에 SK가 관련되어 있기때문에 서울 입성금의 일부를 떼어내 SK에게 지불하기 위한 KBO의 잔머리 정도로 보는 입장이 대세입니다. 실제로 과거에 KBO에서 직접 엘지와 두산에 입금하도록 했던 것을 근거로 삼아서 말이죠.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KBO는 본래 구단주들의 시다바리 역할을 하는 곳으로, 함부로 엘지와 두산의 몫을 떼어가고도 무사할 조직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택근의 트레이드가 거부된 이후 KBO는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엘지와 두산의 입장은 별로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말 KBO가 돈을 떼어갈 목적이었다면 엘지와 두산이 이렇게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실제로 히어로즈의 가입금이 엘지와 두산에 입금이 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KBO에서는 가장 최근에 열린 단장회의에서 KBO로 직접 입금하기로 결정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조태룡 단장은 최근의 단장회의 결정은 무시한채 기존의 결정만을 반복하면서 확실히 입금했으며 입금표도 보여줄 수 있다고 했지만 엘지와 두산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는 KBO가 기존의 결정이 바뀐데에는 단순히 SK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단순히 SK가 문제였다면 (현대의 수원 구장 이용과 관련한 문제는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 해묵은 문제입니다.) 기존에 엘지와 두산에 직접 입금하도록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최근에 와서야 결정이 바뀐 이유를 설명하기에도 부족합니다.

여기에는 시즌 중부터 있었던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논의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최소한 가입금 정도는 엘지와 두산에 직접 입금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해 히어로즈가 선수를 트레이드함으로서 이 가입금을 편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움직임을 어느정도 눈치 채지 않았나 싶습니다.(사실 눈치채고 말고 할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이건 공공연한 사실이었죠.) 따라서 이러한 편법 트레이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지대책으로 그럴거면 KBO로 직접 입금해라 이런 식으로 최근에 입장을 바꾼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운영비가 없어 선수를 현금 트레이드 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게 KBO의 기존 입장인데 그렇다면 왜 운영비는 되는데 가입비는 안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가입비와 운영비는 성격이 다릅니다. 가입비가 가지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프로야구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자신이 프로야구 구단을 성실히 운영할 의지와 그러한 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과도한 가입비는 프로야구 시장의 새로운 진입자를 막고 독과점화 하는 문제가 있지만 히어로즈의 경우에는 그동안 가입비에 대해서 기간을 유예해주고 분납하도록 하는 등 상당한 혜택을 주었기때문에 이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가입비를 직접 현금이 아닌 구단의 선수를 트레이드함으로서 해결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자금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 일단 프로야구 시장에 진입한 다음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편법등을 동원해서 실제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구단을 인수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단순히 야구뿐만이 아니라 레버리지라고 이장석 같은 금융 기법을 공부했다는 사람들이 돈 한 푼 안 들이고 기업을 인수해서 그 기업의 자산을 팔아먹는... 그런 예가 많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사람들은 실제 기업을 성실히 운영할 생각 따윈 없이 시장의 상황으로 과소평가된 기업의 자산에만 관심을 가지기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지나가고 나면 기업은 폐허가 되고 말죠. 이 부분에서 작년의 장원삼 트레이드와 이택근 트레이드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가입비는 기본적으로 성실히 프로야구 구단을 운영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그런데 이런 가입비를 앞으로는 입금했다고 하면서 선수 트레이드로 해결하도록 놔둔다면... 앞으로 어떤 사기꾼이 프로야구판에 들어와서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장난을 쳐도 KBO는 이를 막을 명분이 없어집니다. 단순히 히어로즈만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야구판의 질서를 깨뜨리는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이 상황을 KBO 입장에서 그리자면.

KBO 왈 : 

야~ 이장석~ 난 엘지, 두산에 가입금을 현금으로 입금하랬지 누가 선수가지고 장난치랬어? 인간적으로 최소한 사기꾼 소리는 안 들으려면 가입금 정도는 니 돈으로 내야지. 운영비 없어서 현금 트레이드하는 것까진 못 막는다고 말까지 해준 나한테 어떻게 이럴수 있어. 내가 아무리 구단주들 시다바리라지만 그런 말까지 했던 날 이렇게 뒤통수때리면 안되지.

그리고 엘지~ 이장석이 그런 장난 치는 건 알겠는데 왜 니들은 이장석 장단에 맞춰주는거야. 자꾸 이러면 나도 가만히 안 있는다고. 그럼 니들 몫으로 돌아갈 가입비 일단 내가 들고 천천히 줘버린다~

물론 조태룡 단장은 두산에 입금했으며 입금표도 보여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조태룡 단장의 발언이 프로야구 입장에서 참 도움이 되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입금했다면 그것은 최소한 이장석이 프로야구단을 성실히 운영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입금표를 공개함으로서 더 이상 이장석은 사기꾼 소리를 안 들어도 됩니다. 무능력해서 야구단을 말아먹을 수야 있겠지만 최소한 나쁜 사람은 아니니 건전한 비판을 해주면 됩니다. 하지만 KBO에 입금이 되긴 했는데 히어로즈가 과거에 엘지와 두산에 입금을 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 한다면(혹은 엘지 두산이 이 돈을 과거에! 받았다는 것을 증거를 통해 보여주지 못한다면)... 일단 조태룡 단장은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거짓말이 아니라 이장석이 장기적이고 건전한 계획을 가지고 히어로즈를 인수했다기보다는 M&A 전문가(?)다운 움직임을 보였다라고 밖에 판단할 수 없습니다. 네. 즉, 사기꾼이라는거죠.

여기서 히어로즈가 어디가 돈이 된다고 그러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실 수 가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들이 서울 연고권을 정식으로 가지고 고척동 구장에 대한 권리를 획득하는 순간 어떤 움직임을 보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때가 히어로즈의 가치를 가장 높게 받을 수 있는 시점이 될테니까요. (물론 여기에는 박동희 기자가 인수할 기업은 있다라는 걸 근거로 삼은 부분이 있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서두는 거창한데... 별 내용 없이 마무리되는군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귀찮고 배도 고프고 그래서 대충 마무리합니다;;; 그냥 제가 어떤 결론을 낸다기보다는... 그냥 게시판에서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