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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28)의 협상 소식이 다시 안갯속이다.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가 뉴욕 양키스행을 확정하면서 다른 구단들도 FA 투수 영입으로 선발진을 속속 채워가고 있다. 그러나 윤석민은 아직 잠잠하다.

다시 추측이 난무한다. 윤석민이 공개훈련을 통해 사실상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트라이아웃은 선수가 구단들을 초청해 여러가지 실전 능력을 보여주는 ‘입단 테스트’다. 윤석민이 협상에 진전이 없자 구단들에게 적극적인 ‘어필’에 나섰다는 이 추측은 확대해석된 것이다.

윤석민은 3일 “공개훈련도, 트라이아웃도 아니었다. 어떤 의미를 두고 훈련하는 날이 아니었다. 황당해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민

미국 LA 보라스 트레이닝센터(BSTI)에서 훈련하고 있는 윤석민은 최근 캐치볼을 하며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소식에 일부 구단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찾아와 지켜봤고 해당 구단은 샌프란시스코와 볼티모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민이 훈련을 보여줄 목적으로 부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윤석민이 이들을 불렀는지 아닌지는 대단히 중요하고 큰 차이가 있다.

윤석민은 미국 진출 도전을 선언하면서부터 줄곧 한 가지 희망을 당당하게 밝혀왔다. “자존심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보직과 계약 내용으로 연결된다.

윤석민은 당연히 선발로 뛰고 싶어한다. 다만 어느 구단도 신인 투수에게 선발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 경쟁을 통해 선발 자리를 따내야 하는 상황은 문제 없지만 애초에 불펜 투수로 못박아놓고 영입하려는 팀에는 가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더불어 헐값에는 가지 않겠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다. 국내에서 FA 선언했으면 오히려 편했을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나선 것은 돈이 아닌 꿈을 위해서다. 투수 4관왕에 오른 지 2년이 지났고 지난해 부진했던 터라 당장 좋은 조건에 계약하기는 어렵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자존심 상하는 계약’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누차 밝혔다. 몸값과 메이저리그 연봉 보장 여부가 그 기준점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민은 2011년 20년 만에 투수 4관왕에 오르며 MVP를 차지했고, 류현진·김광현과 함께 WBC와 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을 이끈 한국의 대표적인 젊은 에이스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언론에서 먼저 나왔던 트라이아웃이나 쇼케이스설도 결국 이 자존심과 직결된다. 당시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도 “쇼케이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밝혔다. 하지만 윤석민 측이 이를 진행한 적은 없다. 이번 ‘공개훈련설’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3달 넘게 기다린 뒤 트라이아웃까지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윤석민은 “여기 소속된 선수들과 함께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이제 시즌 준비를 해야 될 시기가 돼 공도 던지기 시작했다”며 “협상 진행 상황은 에이전트로부터 듣고 있다. 아직은 특별히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당분간 더 LA에 머물며 협상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 윤석민에게 손을 내미는 구단들은 분명히 여럿 있다. 그러나 윤석민이 어느 구단과 계약서에 사인할지, 아니면 그냥 돌아올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올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윤석민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