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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지터는 2번 타자일 거라고들 생각했다. 그러나 팀의 사정으로 그가 1번을 맡았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깨달았다.

칼 크로포드는 1번 타자일 거라고들 생각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부득불 원치 않았고 2번을 맡고서 훨씬 편안하게 플레이했다.

사이즈모어는 3번 타자일 거라고들 생각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개의치 않았고 1번에서도 2번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 했다.




대체 1번 타자의 덕목은 무엇인가?

좋은 컨택 능력, 빠른 발과 출루시 상대 내야를 흔들어 놓는 주루 솜씨, 다음 타자의 어떤 타구에도 어떻게든 한 루를 더 진출하려는 악착같음... 모두 맞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일반화가 잘 되지 않는다.

데릭 지터는 그다지 빠르지 않다. 도루도 많지 않다. 그러나 모두들 그의 주루가 능숙하다고 한다. 칼 크로포드는 레이에스와 더불어 60개의 도루가 가능한 선수이다. 주루 솜씨도 꽤 좋은 편이다. 그런데도 한사코 1번을 사양(?)한다.








라고 좀 멋지게 길게 적어볼랬더니 된장... 갑자기 생긴 일 때문에 끊고 나가야겠네요.

걍 제 요점만 말하자면 저는 1번의 핵심가치가 발이나 컨택이 아니라 "호전성"에 있다고 봅니다.

지터는 엄청나게 호전적입니다. 인상이 비록 부드럽고 섹시하지만, 벤치 클리어링을 즐기지는 않지만 그는 호전적이고 전투적입니다. 야구에 대한, 상대 투수와 야수에 대한, 루를 하나 더 획득하는 데 대한 욕심이 그 평온한 표정 너머로 이글거립니다.

그러나 크로포드는 순한 양 같아져버렸습니다. 그는 FA를 맞아 몇년 전부터 몸값을 제대로 받기를 원했습니다. 가난한 구단이 미래를 책임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무기인 발을 무제한으로 놀리는 한 반드시 부상은 필연적인지라 성과를 좀 줄이고 건강을 획득하기로 했습니다. 크로포드는 지터처럼 호전적이지 않습니다. 도리어 유순할 지경입니다.

사이즈모어는 착해 빠졌습니다. 도무지 상대팀으로서는 무섭지가 않습니다.

전설적인 1번타자들을 보자면 한결같이 루에 대해 탐욕스럽고 호전적입니다. 마치 자신이 알버트 벨이나 라이언 하워드라도 되는 것처럼 투수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이를 갈아댑니다. 악착같다라는 표현으로는 너무 부족합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맹수같이 루에 굶주려 있습니다.

그것이 1번타자의 덕목입니다. 1번타자의 핵심역량은 바로 배고픔입니다. 이 배고픔이 비록 아웃되더라도 경기 시작과 동시에 마운드와 배트박스에 핏방울과 거친 숨소리를 남깁니다. 그 다음 타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히딩크가 아직도 배고프단 말이나 국대에 킬러가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종목이 달라도 승부에 대한 문제는 똑같습니다. 얼굴이 동안이든 배우처럼 잘 생겼든 관계없습니다. 상대팀을 죽여버리겠다는, 간을 꺼내 먹어버리겠다는 원초적 호전성을 1회 첫 대결에서부터 철철 유감없이 보여주는 이야 말로 최고의 1번입니다. 그 결과가 아웃이거나 안타이거나는 그의 가치를 결정짓는 보다 낮은 수준의 지표일 뿐입니다.











레이스 1번타자를 바틀렛을 맡겼는데 얘는 죄송하지만 천사입니다. 진짜 천사입니다. 종교적 배경은 모르겠지만 성직자 레벨의 모옹을 제외하고나면 거의 리그 수위권으로 착한 녀석일 겁니다. 이런 녀석이 1번 타자? 쳇

더불어 조브리스트가 왜 3번에 가서 시망했는지도 다음에 의견 올려볼게요. 경제를 경제학적으로 보았던, 즉 인간은 경제적 합리성으로만 판단하리라 믿었던 기존 경영학계에 심리학 바람이 불듯이, 야구 또한 스탯으로 읽을 수 없는 심리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