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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뉴스24 >

박찬호가(36) 마침내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로 부활했다.

피 마르는 '4대1'의 5선발 경쟁에서 단연 뛰어난 구위를 선보여 결국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1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 루벤 아마로 주니어 단장은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찬호가 경쟁자 J.A. 햅을 누르고 필라델피아 5선발 자리를 차지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아마로 주니어 단장은 박찬호와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친 왼손 투수 J.A. 햅은 개리 마조스키, 바비 모스박 등과 함께 불펜의 남은 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2007년 메이저리그 퇴출 위기의 시련을 극복한 박찬호는 2005년 이후 4년만에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로 당당히 복귀하게 됐다.

199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997년 풀타임 선발 투수로 자리 잡은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던 2005년까지 부동의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2005년 시즌 중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뒤 2006년에도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전체 24경기 가운데 21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뛰긴 했다. 하지만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에서 불펜 투수로 밀려난 뒤 다른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뒤늦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또 2007년에는 뉴욕 메츠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했으나 시범 경기에서의 부진으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가 단 한 차례 등판에서 4이닝 동안 7실점의 난조를 보인 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밀려났다.

이 때가 선수 생활 최대의 위기. 박찬호는 이후 당시를 돌아보며 은퇴를 고려하기도 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찬호는 2007년 마이너리그 생활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또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마이너리그에서 박찬호는 보다 객관적으로 야구를 보게 됐고 새로운 가능성에도 눈을 뜨게 됐다.

박찬호는 최근 필라델피아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이너리그를 경험하며 많은 것을 새롭게 배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다저스에서 구원투수로 활약하며 구위와 함께 건강 회복을 선언한 박찬호는 다시 한 번 선발 투수로 거듭나기 위해 모험을 시도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대부분 전문가들은 박찬호가 선발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전력이 떨어지는 볼티모어 오리올스나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같은 약팀과 계약을 해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이를 비웃듯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연봉 250만달러, 인센티브 250만달러에 일찌감치 계약을 했다. 비록 강팀이지만 필라델피아가 '공정한 게임'을 약속한 까닭이었다.

동시에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 복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불참을 선언하는 눈물의 인터뷰를 했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에도 널리 알려져 선발 경쟁에 나서는 박찬호의 마음가짐이 어떤지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결국 박찬호는 시범 경기마다 빼어난 구위를 선보이며 깊게 새겨진 구원투수의 이미지를 차근차근 씻어내기 시작했다. 왼손 타자에게 약하다는 인식이 걸림돌이었지만 팀동료인 노장 제이미 모여로부터 새롭게 익힌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하며 그런 우려도 깨끗이 씻어냈다.

스프링트레이닝캠프 초반 가장 강력한 5선발 후보로 주목받은 카일 켄드릭은 네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20으로 탈락했고 유망주 카를로스 카라스코도 그 뒤를 이어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경쟁자가 왼손투수 햅. 햅은 여섯 번의 시범 경기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15라는 만만치 않은 성적으로 박찬호를 위협했다.

하지만 이미 실력만으로 5선발 투수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한 코칭스태프에게는 도저히 박찬호를 외면할 명분이 없었다. 박찬호는 모든 면에서 햅을 압도했다.

시범 경기 통산 5경기에서 2승무패에 평균자책점 2.53의 훌륭한 성적. 홈런은 단 한 방밖에 맞지 않았고 탈삼진 25개에 볼넷을 2개만 허용하는 완벽한 제구력까지 뽐냈다.

반면 햅은 홈런도 네 방이나 맞았고 삼진 14개를 잡고 볼넷 6개를 내줬다.

결국 박찬호는 3월31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다시 한 번 5.2이닝을 단 1자책점에 탈삼진 7개로 호투하며 코칭스태프를 사로잡았고 필라델피아는 그 이튿날 5선발 경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알링턴=김홍식 특파원 diong@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