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인사이드MLB] '휴식 같은 남자' 로이 할러데이

로이 할러데이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토론토 불펜은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적은 425이닝(경기당 2⅔이닝)을 던졌다. 가장 많이 던진 텍사스의 572⅔이닝(경기당 3⅔이닝)보다 무려 147이닝이 적었다. 여기에는 현역 최고의 '이닝이터' 로이 할러데이(31)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토론토 불펜에게 할러데이(Halladay)는 '휴일(holiday)'이다.

올해 할러데이는 이닝(246)에서 CC 사바시아(253)에 밀려 1위에 오르지 못했다. 완투도 9번으로 사바시아에 1개가 모자랐다. 이로써 1999년 랜디 존슨(12) 이후 첫 두자릿수 완투의 주인공은 할러데이가 아닌 사바시아가 됐다.
 
하 지만 'FA-로이드'에서 비롯된 사바시아의 '폭풍 10완투'가 내년에도 재연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지난해까지 사바시아의 완투율은 할러데이와 비교가 될 수 없었다. 할러데이는 2003년 이후 35번의 완투를 했다(2위 사바시아 24회, 3위 리반 에르난데스 22회, 4위 마크 멀더 17회). 같은 기간 텍사스(20회)를 비롯한 20팀이 할러데이보다 적은 팀 완투수를 기록했다. 이는 1920년대 초반 베이브 루스가 대부분의 팀보다 더 많은 홈런을 쳤던 것과 비슷하다.

이닝과 완투에서는 사바시아에게 밀렸지만 '선발경기당 이닝'은 할러데이의 차지였다. 할러데이는 2002년 이후 7⅔이닝에 가까운 선발경기당 7.45이닝을 마크하고 있다. 선발투수가 나올 때마다 8회 2사까지 책임지고 내려간다고 생각해 보라(산타나 2004년 이후 6.83, 오스왈트 2003년 이후 6.68). 할러데이가 올해 패한 11경기(77⅓이닝 35자책)를 평균으로 내면 '7이닝 3자책'이 된다.

로이 할러데이 : 7.38
CC사바시아　 : 7.23
클리프 리　　 : 7.20
요한 산타나　 : 6.89
콜 해멀스　　 : 6.89
팀 린스컴　　 : 6.76　 / 메이저리그 평균 5.81, 마쓰자카 5.79

올해 할러데이는 아메리칸리그에서 땅볼 생산율이 가장 높았다. 또한 10번째로 좋은 삼진 생산율을 기록했다. 탈삼진 대비 볼넷을 가장 적게 내준 투수도 할러데이였다. 세 부문에서 모두 리그 10위 안에 든 투수는 오직 할러데이뿐이다(데릭 로 NL 땅볼/플라이볼 비율 2위, 탈삼진/볼넷 비율 8위).

9이닝당 삼진　: 7.54 AL 10위 (1위 A J 버넷 9.39)
땅볼/플라이볼 : 2.00 AL　1위 (2위 앤디 페티트 1.89)
탈삼진/볼넷　 : 5.28 AL　1위 (2위 조시 베켓 5.06)

올해 할러데이는 2003년에 이어 2번째 2.00-200K를 기록했다. 땅볼/플라이볼 비율이 계산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이 기록을 달성한 투수는 케빈 브라운(1997~2000)과 그렉 매덕스(1998) 그리고 할러데이(2003, 2008)뿐이다. 

올해 할러데이가 한 이닝을 마치는 데 사용한 공은 14.5구.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매덕스(13.3)와 폴 버드(14.1)에 이은 3위다. 밑에서 2번째인 배리 지토(17.8)와 비교하면, 지토는 7이닝을 던지는 데 124.6구가 필요한 반면 할러데이는 101.5구면 된다. 할러데이는 상황에 따라 땅볼과 탈삼진을 자유자재로 이끌어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에이스'인 동시에 최고의 연비를 자랑하고 있는 셈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건강이다. 2003년 할러데이는 무려 266이닝을 던졌고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올해는 2003년 다음으로 많은 246이닝을 던졌고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올랐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우려된다. 2003년 할러데이는 경기당 100.8구를 던졌으며, 혹사의 정도를 나타내는 스트레스 지수는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당 107.2구에 달했으며, 스트레스 지수(22)는 팀 린스컴(49)과 사바시아(29) 다음으로 높았다.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초창기부터 강력한 싱킹 패스트볼-너클커브 조합을 자랑했던 할러데이가 정상급의 투수로 올라선 것은 2002년 제구력의 향상과 함께 컷패스트볼의 위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고 나서였다. 커터의 개발로 할러데이의 포심-투심-커터 3가지 패스트볼 조합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하지만 커터는 그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구질이었다. 2002년 할러데이는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나섰고 이듬해 팻 헹트겐(1996)과 로저 클레멘스(1997-1998)에 이어 팀 역대 4번째로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커터는 그의 팔을 갉아먹고 있었다. 탈이 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4년 부상 후 2005년 한 해 동안 커터를 자제한 할러데이는 2006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커터를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통은 또 시작됐다.

커터를 다시 포기해야할 것 같았던 순간,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다. 2007시즌 중반, 할러데이는 백업포수 살 파사노에게 자신의 괴로움을 털어놨다. 이에 파사노는 커터의 그립을 바꿔볼 것을 제안했다. 그립을 바꾸자 놀랍게도 고통은 사라졌다. 2006년 파사노는 타율 .178 1홈런 4타점에 그쳤다. 하지만 할러데이에게 한 조언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고도 남았다.

지난 7월 양키스타디움에서 있었던 올스타전에서 할러데이는 마리아노 리베라에게 다가가 커터 그립을 물어봤고 리베라는 친절히 알려줬다(옆에 있던 스캇 캐즈미어도 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이로써 커터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할러데이는 2005년 7.5%, 2006년 19.3%였던 커터 비중을 지난해 25.2%에 이어 올해는 33.2%까지 끌어올렸다(베이스볼 인포 솔루션 자료). 포심-투심 패스트볼과(40.7%)의 비율은 1.2대1로, 그동안 커터 선발투수의 대표격이었던 앤디 페티트의 의존도(포심-투심 52.5, 커터 27.9%)가 무색할 정도다. 커터의 상징이 리베라라면, 선발투수 중에서는 이제 할러데이다.

그렇다고 지나친 커터 의존은 아니다. 커터 하나로 2003년 할러데이에 이은 사이영 2위에 올랐던 에스테반 로아이사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반면, 할러데이의 패스트볼은 여전히 무브먼트가 뛰어나며, 올시즌 나란히 피안타율 .198를 기록한 커브와 슬라이더(감독투표 AL 3위)의 위력에도 전혀 이상이 없다.

토론토는 2006시즌에 앞서 2년 연속 부상에 신음한 할러데이에게 3년간 4000만달러 연장 계약을 제시했다. 할러데이는 2007시즌 후 FA가 될 수 있었지만, 조금의 망설임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토론토는 할러데이를 팀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할러데이도 토론토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남기를 바라고 있다. 내년 5월이면 할러데이는 대부분 투수들의 하강곡선이 시작되는 만 32세가 된다. 토론토로서는 할러데이의 전성기가 지나가기 전에 반드시 일을 내야 한다.

요즘 다작이신 김기자님.. ㅋㅋ

근데 MO횽아 너무하시잖아요.. 역사상 최고 커터를 리그 최고 이닝이터& 슈퍼 좌완 영건에게 가르쳐주시다니.. 저흰 그 공 9회만 봐도 충분하거든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