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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 경전선 답사기. 0

작성일
12-07-02 15:46
글쓴이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IP
2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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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별 역순 댓글
 - 나는 왜 이 여행을 떠났나


 왜긴 왜야 철덕이니 떠났지... 낄낄~~

 뭐, 저 것이 핵심이긴 하지만, 그 말만으론 왜 "경전선 여행" 을 "이 시점에 " 떠났는지는 이야기가 되지 않죠. 경전선이 복선전철화되어 현 노선이 사라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치면 이 시간에 사라져가는게 한 둘일까요. 얼마전에 갈라파고스 거북중 한 종류의 마지막 개체도 죽어서 그 종은 영원히 사라졌다고도 하던데요...

  사라져가는게 기억되려면 몇가지 조건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애초에 "사라져가는" 데 "기억되어야" 한다 라는 자체가 상당한 형용모순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죠. 기억되어야 하면 사라지지 말아야 하는거 아닌가? 사실 그렇기에 이 모순은 쉽게 설명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심지어 논쟁적이기까지 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실 여행이란건 상당부분 "대상화" 인 면이 있죠. 대상이 되는 지역에는 그저 하루하루를 영위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 뿐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들의 그 일상과 삶의 모습을

"구경거리"

 로 내어놓고, 그것을 팔아서 하루하루를 영위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치면 여행(관광이란 말을 쓰면 좀 더 거부감이 덜 할)이란 것은 그 자체로 부조리한 측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싶긴 합니다만... 그런 것은 사라져가는데 기억되어야 한다, 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지니는 가장 핵심적 특성중 하나인 소위

"낙후함"

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몇년전 북아현동의 "주거불량지구" 에 대해 전면 재개발이 결정되었는데... 이곳의 골목길 사진 찍는 것이 붐이 되었던 적이 있었죠. 이 때도 작은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곳의 예스러운 정취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 모습은 바로 그들의 삶의 궁핍함 어려움의 결과인데, 그런 것을 구경거리로 삼고 보고 히히덕 거려도 되느냐? 라는 논란이었죠. 비슷한 논란이 소위 부산 산토리니라 불리는 감천동 태극도 마을에 대해서도 있고...

 이것은 사실 의외로 쉽지 않은 논쟁이라고 봅니다. 그러한

"낙후지 관광"

을 즐기는 입장에서 굳이 항변하자면... 그것은 우리의 과거이자 사라져가는 기억이기 때문이죠. 인간이란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수많은 답이 있지만, 그중 유력한 답중 하나는 바로

"그의 기억이 곧 그이다"

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봉천동에서 태어나서 잠시 울산에 살았던 것을 제외하면 줄곧 봉천동에만 살았어요. 지금이야 그러한 모습은 사라졌지만, 이곳은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 마을이었죠.(물론 저희집같은 중산층거주지역도 상당히 넓었던 것이 사실입니다만...) 저에게 달동네라는 것은 바로

"어렸을때 내가 보고 자란 모습"

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안에서 고생을 안 했으니 니가 그것을 추억이니 뭐니 운운할 수 있는거다, 라고 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아직 딱히 할 말을 찾지는 못하겠습니다. 굳이 항변을 하자면, 사람이 어떠한 확고한 주관이나 입장을 갖는 것은 상당히 사회화가 진행되고 난 다음의 일이지요. 그러나, 그 전에도 그에게 경험은 쌓입니다. 아마,

'합리'

라는 것이 폭력적으로 여겨지거나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그러한, 합리라는 이름이 책임져 줄 수 없는, 사람들의 성장기의 기억이 그 커버범위에서 빠지는 것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 자신 합리를 지향하지만, 저의 이러한 - 낙후지역덕후스러운 성향은 어떠한 합리의 결과라기보다는, 제가 사회화이후 나름대로 형성한 합리가 그것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봉사하게 만드는 어떠한 저의 본질?에 가까운 부분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나마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 바로 위의 '기억이 곧 존재' 라는 인간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럽니다.

 말이 길었네요. 사실 이것은 전부터 던져보고 싶었던 논쟁거리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꾸준히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바꾸고 향상시켜 나갑니다만, 그에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그 성공하지 못함의 결과로 그는 바꾸지 못한 상황속에서 삶을 운위해 나가는데... 낙후지 관광이라는, '이상한 취미' 는 바로 이러한 것을 지나간 과거로서 향수의 대상으로서 여긴다는 것입니다. 위에 제가 형용모순이라고 언급한,

'사라져가는 기억되어야 하는 것'

이라는 문장이 모순인 것은 이런 부분을 포함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를 대하는 시선은 따스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정일 지도... 자기 위안일지도... 너가 저기가서 살라면 살거냐? 라면 선뜻 대답할 수는 없는, 어찌보면 지금의 나와 격리된 것이기에 마음편하게 "지금 존재하는 과거" 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걸지도 모릅니다. 중간중간 나오겠지만, 그 곳에는 매끈하고 최대시속 230킬로미터까지 낼 수 있는 복선전철들이 깔리고 있어요. 저는 50킬로미터 밖에 못내는, 전철도 아닌 단선이 보존되길 원하지만, 양보역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겠습니까. 너의 자기만족을 위해 자신들의 일상을 포기하라는 것이냐는 항변앞에는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아련함은 사실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고...

 단지 저의 이 별 볼일 없을 여행기로 회포나 푸는 것에 그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건 저의 마음은 그 곳을 향했다는 것이고, 올해 12월, 그 모습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기 전에 할 수만 있다면 몇번이고 다시 가 보고 싶다는 것이네요. 대안없는 비판, 대안없는 문제제기일 수 있겠지만... 어찌보면 이러한 미묘한 논점을 지니는 문제들조차 논의될 수 있게 되는게 사회의 발전이 아닐까 변명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경전선' 이 사라져 버리고 나면 무의미하겠지만, 이러한 사라져가는 모습들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 아니 경전선 자체도 어찌보면 조용하던 시골길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올라섰던 것일지도 모르는 거니까요. 뭐, 지금도 하루에 왕복 10회의 여객열차와 간혹 있는 화물열차가 지나갈 때를 빼면 조용~한 동네긴 합니다만~~^^



 마음편히 볼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이 문제는 전부터 고민하던 것인지라, 말 나온김에 던져 봤네요. 물론 하고 싶은 말은 이보다 더 많지만... 뭐, 이러한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저의 삘을 자극한 것은 지난 4월에 여행하면서 경전선구간의 경관을, 보다 정확히는 경전선의 간이역들을 보면서부터 였습니다.





 위 동영상은 제가 찍은거에요. 지난 4월에는 서울 - 부산 - 하동 - 구례 - 전주 - 여수 를 들러오는 여행을 했었는데, 그때 부산에서 하동으로 가는 길에 여지없이 경전선 열차를 탔더랬습니다. 경전선 열차를 탄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재작년에 서울 - 부산 - 목포 를 들러오는 여행을 할 때, 부전발 목포행, 무려 7시간 30분이 걸리는 근성열차를 탈 때 한번 탔었는데... 그 때는 이런 여행에 익숙지 않아 너무 피곤해서 7시간 내내 처 자느라 거의 보질 못했죠. 그렇기에 지난 4월에 본게 제대로 본 거의 처음이랄 수 있는데...

 영상에서 보시는 곳은 경전선 경남구간의 중간쯤에 위치한 진성역이라는 곳입니다. 곳인데... 저게 역사의 전부입니다. 역무원도 대합실도 없고, 저 시골마을 버스정거장 같은 건물 하나와 역명판, 승강장 하나가 전부인, 말 그대로 간이역이에요. 저걸 보고 저는 거의 충격을 받다시피 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있을수가 있나! 라는... 저런 역들이 경전선에는 즐비하더군요. 그저 충격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감동을 받아버린 저는 이 곳에 꼭 다시 오리라 마음을 먹었네요. 이번의 여행을 마음먹은 것은, 저 여행에서 본 모습들이 직접적인 것이었고... 그것을 재촉하게 된 것은 경전선이 올해안에 복선전철로 다시 부설되어, 올해가 지나면 기차를 타고 다시 갈 수 없게 된다는 것 때문이었네요. 현재는 기점인 삼랑진부터 마산의 중리역까지만 복선전철이 되어있습니다만, 올해가 지나면 진주까지, 2015년까지는 순천까지, 2016년이후에는 광주까지 전 구간이 최소 전철화는 이뤄집니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순천 광주구간은 단선전철이었던가, 그럴겁니다.

 4월 당시에 이미 공사가 미친듯이 진행중이었던지라, 언제 이 구간들이 부분부분 개통될지 모른다는 마음에 초조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12월에 일괄개통이라, 12월까지는 상관없는 것이었더군요. 다만, 덕분에 서두르게 되어서, 덕본 것도 몇개 있긴 해요. 일단 1년중 해가 가장 긴 이 계절에 다니는 바람에 그나마 일정이 좀 덜 꼬였달까나요...--

 답사기를 걸어놓고 답사내용은 하나도 없게 되었지만, 사설이 좀 긴게 제 버릇이라... 사실 아직 사설을 더 써야하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일단 사설 1은 여기서 줄입니다. 어헝헝~~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6 12:29:44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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