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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 경전선 답사기. 6

작성일
12-07-09 22:20
글쓴이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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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수목원역




진주수목원이라고도 하고 반성수목원이라고도 하고 경남수목원이라고도 하는... 일단 공식명칭은 진주수목원역입니다.

걸어갔습니다. 하염없는 시골길...

답사기 초반에 슬쩍 언급했지만, 현지의 사정에 대해 매우 제한된 정보만 들고 세운 계획, 그 미흡한 계획을 갖고 들이박은 여행인지라 생각과 다르게 진행된 부분이 많아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실수... 라면 실수중 하나가

"밤에 역에 도착할 것"

을 전혀 생각 못했다는 것... 딱히 낮에 다 도착할거다, 라고 생각했다기보다는 밤이란걸 아예 의식을 못하고 낮의, 조명적당하고 사진찍기 좋은 모습들만을 떠올리며 여행을 갔다는 거네요... 지난 5회의 평촌역 모습에서 보시듯이, 이미 평촌에 도착전에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어요. 아직 가야할 길은 먼데... 뭐, 한갖진 시골길의 밤을 걷는 것의 운치야 이미 지난 4월에 섬진강변을 걸으며 느꼈기에 반갑다면 반갑기도 했습니다만~ 다만 밤에는 사진이 정말 안 찍히더군요. 저의 즈질 똑딱이로는... 그래서 이번회는 사진이 좀 적을거 같습니다. 대신 영상(음향?)이 두 개 있다능~

진주수목원으로 떠나봅시다~




귀여운 고양이... 도 고양이지만, 어두운 상황에서 ISO값을 높이고 고양이의 경계심때문에 가까이 못 가기에 줌을 땡겨서 찍은 사진의 화질이 이렇습니다. 쬐~~~끔만 흔들려도 아주 엉망진창이고... 이거는 거의 흔들리지 않았는데도 저러네요. 뽀샵질을 할 줄 알기라도 하면 좀 좋은 사진들을 좀 어둡더라도 찍을 수 있을거 같은데... 그냥 모르면 모르는대로 즐길렵니다~

평촌역앞, 인적은 없는데 고양이만이 노닙니다.




아직은 빛이 있어요. 한국은 평지가 넓지 않아,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길을 보기가 쉽지 않... 아니 그런걸 볼 수 있는 곳이 있던가요? 지평선까지 하염없이 뻗은 길은, 정처없이 떠도는 사람으로서 꼭 한번 보고 싶은 나름의 로망입니다. 물론 이렇게 저 산기슭까지 뻗은 도로도 충분히 멋집니다.




평촌역이 사람들의 기억속에 이렇게 흐릿하게 잊혀져 갈 거 같습니다...




시골의 비어있는 학교들이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네요. 교육부에선 하나라도 없앨라 그러고... 주민들과 교육운동가들은 하나라도 지킬라 그러고... 그렇다해도 아이가 전혀 없다시피 해진 마을의 학교들은 어쩔 수가 없겠지요... 이 마을의 학교도 그런 곳인데, 이런 곳들을 재활용 재사용하여 마을공동체에 기여하게 하려는 노력들이 있어요. 이 곳은 학교였던 곳이지만 지금은

"정수예술촌"

이 되어 낙향한 예술인들의 공동주거, 공동작업장으로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 2층에 불켜진 곳에서 누군가가 창작에 열중하고 있을거 같습니다.




한갖진 골목에 어둠이 내려 더욱 차분한 느낌입니다...




평촌역으로 이어지는 철교입니다. 이제 보이지 않는 평촌역이 저 너머에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줍니다.




밤이 내리는 시골길. 사실은 하도 흔들려대서(담배도 안피는데 웬 수전이...) 수십장 찍었는데, 그나마 그 중에서 가장 안흔들린게 이거...--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이제 자연광이 있는, 2012년 6월 25일에 찍은 사진은 없습니다. 밤이 시작되었습니다.

시골의 밤길은 사실 절대 조용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 어르신들 때문인데요...






열심히들 울어제끼십니다~ 귀가 심심치 않아서 좋다고 해야할지, 고즈넉한 맛을 느끼고 싶은데 산통이 깨진다고 해야할지... 뭐 제가 어떻게 생각하든 개구리는 웁니다~




밤의 달 아래 열차가 지나지 않는 철길은 침묵에 휩싸여 있습니다.




철길건널목은 열차가 다니면 끊기는, 단절의 고리인듯 하지만 사실은 그 너머에 무언가 있어 그 너머와 이어져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연결의 통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달빛과 별빛과 어스름한 조명을 받은 철길은 푸르스름하게 빛납니다.




그 옆을 시골도로가 지나가네요. 인증은 그림자로 갈음합니다. 잇힝~





이 때! 밤차가 지나갑니다! 건널목을 지나는 열차는 철덕의 로망입니다! 하앍하앍~~





침묵을 깨고 울린 경적사이로 밤차는 굉음을 울리며 지나갑니다. 밤차가 지나간 건널목은 다시 고요에 싸입니다...




건널목 너머 마을의 모습. 가족들이 오순도순 이야기하고 있겠지요... 라고 하면 시골에 대한 도시인의 고정관념편견일테고... 저들도 서울 사람들처럼 대개는 티비를 보고 있겠지요...--




낮에는 아무곳이나 찍을 수 있지만, 밤에는 빛이 있는 곳 밖에 찍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런 철길이 있는 시골 마을에서 밤에도 불을 켜 놓아야 할 만한 곳은 철길건널목 정도 밖에는 없습니다. 철길건널목이 있다는 것은 그 곳에 마을이 있다는 말도 되니까요.




당연히 마을에는 고고하게 지나가는 이의 눈길을 유혹하는 골목길이 있습니다. 갈 길이 먼 떠돌이는 눈길만을 허락하고 계속 길을 갑니다. 시골의 풍경은 서로 무심합니다. 어찌보면 더더욱 쓸쓸한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이 소에게 저는 축사에서의 심심함을 풀어주는 심심풀이였을까요, 조용히 쉬는데 신경거슬리게 하는 훼방꾼이었을까요. 하여튼 저는 그래도 딴에는 호의를 느껴서 찍은 사진입니다만서도~




 저 멀리 진주수목원 역이 보입니다~ 라는 샷은 야밤에는 불가능하기에, 갑자기 튀어나온 진주수목원 역입니다. 한참을 걸어 도착했군요. 원북에서 평촌으로 떠날때는 시간이 좀 빡빡하지만, 해지기 전에 도착하리라, 생각하고 나름 서둘렀는데... 평촌에서는 이미 글른지라 느릿느릿 걸으며, 시골밤의 기운을 느끼며 걷다보니 더 늦었습니다.




무려 서울가는 요금도 붙어 있습니다. 여기서 서울까지는 꼬박 7시간이 넘게 걸리지요.




진주수목원의 심장에는 파란피가 흐릅니다.




승강장이 비교적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는 것은, 진주수목원으로 소풍오는 학생들이 간간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동으로는 마산, 서로는 진주.




된장남녀들의 피를 끓게 하는 화려한 찻집. 단지 지금 밤이라 문을 닫았을 뿐이지, 낮에는 그윽한 커피향으로 진주수목원 역을 채울거 같은 로드카페입니다.




로드카페 옆으로 진주수목원 역사가 펼쳐져 있습니다.




한줌의 빛 밖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입니다.

밤의 역은 나름의 정취가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역 자체이상으로 어둠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 고장의 작은 역들은 낮에는 주위와 잘 어울리는 느낌인데... 밤이 되니, 모두가 어둠에 쌓여 있는데, 그래도 역은 역인지라, 그 곳에만 환한 조명이 켜져 있어서인지... 주위와 이질감이 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철길 너머 작은 골목길




사용객이 불규칙하게 있다보니 화장실 시설도 가설로 되어 있네요.




승강장 끝에서니 유난히 작은 듯이 느껴지는 진주수목원 역이네요. 전에 열차를 타고 지날때도 뒷차의 승객은 앞문을 이용하라, 그랬던 기억이 나는거 같습니다. 이 구간의 열차는 기껏해야 4량인데도...--




옷가지를 주섬주섬 펼쳐놓고 노숙이라도 해 볼까, 싶은 의자지만 모기들이 어림없는 소리! 라고 앵앵거립니다.

다음에는 휴대용 모기향을 가져온 다음 정말 역에서 노숙이라도 해 볼까 싶습니다.




경전선을 열차타고 지나면서 특히 인상깊었던 역들이, 원북, 진주수목원, 진성 역이었어요. 열찻간에서 보기에 그 초라함이 여실히 보이는 역들이었던지라... 밤이다보니 생각보다는 느낌이 덜 했긴 합니다. 뭐, 제가 이미 3시간 이상을 걸어서 지칠대로 지쳐서 그런 것도 있겠습니다만... 다음에 다시 간다면 이곳에서 내려서 수목원도 들르면서 그 한가함을 다시 제대로 느껴보리라 다짐하며 진주수목원을 떠납니다.


이 다음은 반성역입니다.




반성은 이 곳에서 가깝기도 하거니와, 이 근처에서는 진주시내로 들어가기 전 까지 여행자가 머물 숙소가 있는 유일한 곳이기에 그 곳까지는 꼭 가야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평촌 쯤에서 멈췄을지도...--







얼마 가지 않아 반성읍내로 들어가는 철교가 있더군요.




반성읍내를 지나...




밤 깊은 반성역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도착하기 직전에, 막차가 떠나는 굉음이 울리더군요.

이렇게 6월 25일이 끝났습니다. 이제는 쉬러 갈 시간입니다. 이날 밤의 잠은 정말 꿀맛이더군요...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6 12:29:44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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