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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승하지 못하다 





   경기도 안양에서 문학사상사 까지의 거리는 950원 더하기 700원, 그러나 먼 길 찾아왔다는 것인지 4월호 문학사상 한권을 편집실에서 받았다. 월간 문학사상 한권은 8300원, 이런 일에라도 기뻐해야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잠실역에서 신간 문학사상 4월호를 펼치고 황동규 선생을 만난다 그는 삼척 추암 촛대바위 곁에 앉아 동해바다의 짠물로 잔뼈가 굵은 노인들과 술잔을 나누다가 내게 묻는다 '어디 살 만해?' 나는 흠칫 창밖을 바라보지만 그저 어두울 뿐. 사당역,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배경삼아, 굵은 금속테의 선글라스를 쓴 장님 노인이 하얀 지팡이를 전철 바닥에 튀기며 객차 안으로 들어서고 동해 바다의 하얀 갈매기들은 물수제비처럼 해수면에서 튀어오른다. 갈매기 앞에서 동해 바다는 갈라지지 않지만 지팡이를 짚은 모세의 앞에서 홍해는 갈라졌고 지팡이를 짚은 장님 노인의 앞에서 지하철 객차는 움찔거리다 갈라져 길이 열린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홍해는 모세의 지팡이에 경의를 표했지만 지하철의 오른쪽과 왼쪽은 하얀 지팡이를 단지 외면할 따름. 나는 왼쪽에 있었고 바다 저쪽에 노인 황동규가 동해안의 노인들과 앉아 있다. 삶이 느껴지기도 안 느껴지기도 하는 노인들* 여전히 어메이징 그레이스. 신도림역에서 노인들은 바다 저쪽으로 사라졌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련하지 못한 나는 따라 내리지 못한다. 換乘하지 못한다. 신도림역 이후엔 어메이징 그레이스 없음. 책을 덮고 창 밖을 내다본다. 여전히 어둡다. 나의 2호선엔 어메이징 그레이스 없음 





  *문학사상 2003년 4월호 <이달의 시인> 황동규, 169페이지의 수록 시 <삼척 추암 노인들> 제 9행












※ 말머리 '픽션들'이라고 단 것은, 보르헤스의 책 제목이 좋아서 그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입니다. 간혹 이 말머리를 달고 '소설'도 적을 예정입니다.

※ daum 파크에 몇마디 더 적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