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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제 알바를 하고와서 오늘 낮까지 안깨고 12시간 자려고했는데
알람해제하는걸깜박하는바람에 일요일 아침 8시에 일어나 허무한 밥양입니다.

엊그제 무섭군님의 글을 보면서
비슷한 감정..

더구나 지금은 플랫에 같이 살던애들이 이번학기 강의가 다 끝나서 집에 가버렸기때문에
혼자라..

아일랜드에 온지이제 7개월이 다돼가고.. 학기도 끝나가고.. 이제 세달? 네달? 그정도 후면 한국에 돌아가겠네요
아일랜드왔을때 때맞춰 환율올라주시고, 전공도 다르고, 초과학기 예약까지하면서
여기에 있는동안 열심히 지내야 하는데 마음처럼 잘안돼네요.
조급함을 버려야 하지만 누가 뭘한다더라 이런 소식이 한국에서 들려올때면 하는것 없이 마음만 더 바빠지는 나날,
아직도 말하는게 익숙하지 않아 버벅버벅
엊그제 프레젠테이션 하면서 web 3.0 을 web thirty 라고 말해 쪽팔렸던기억. ㅎㅎㅎㅎㅎ
그래도 은근히 다 잘될꺼라.. 잘되고있는 중인거겠죠.

오늘은 사진이 아니라 그동안 일하면서 느낀 소소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12월부터 제가살고있는 Athlone에서는 꽤 유명한 호텔인 Athlone Springs Hotel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영어때문에 너무 걱정을 많이했는데 영어보다는 몸을많이쓰는 직업인지라 -_-... 그냥저냥 하고있네요

아일랜드 임금수준에 비하면 시간당9유로로 최저임금에 가깝지만, 한달에 두번만일해도 한달 생활비가 나오는;;;
사랑스러운 직장이지요.

전공과 관련해서, 또 여기와서도 Human Resource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HRM수업을 들으면서 또 실제로 아일랜드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게 많습니다.

글을 잘못써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어볼께요..ㅎ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담당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겠구나 이런생각들.

일단 저는 알바를 해본 경험이 별로 없어요
학원에서 잠깐일했고, 과외해봤고, 사진알바, 그거 말고
몸을쓰는일은 학교 편의점에서 일한것뿐이네요. 
그냥 놀러다니고 사진찍는걸 더 좋아해서 알바를 꾸준히 할 시간이 없더라고요..;;ㅎㅎ
시급이 너무 싸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기분이 들어서 안한것도 있구요 



호텔에는 오너가 있구, 하지만 전 한번도 못봤어요 제 친구는 한번봤다는디..
제너럴매니저가 있구 그 밑으로 새끼..매니저들이 6명이 있습니다.
낮/밤으로 나눠져서 일하고 낮에일하는 매니저들이 파워가 더쎄고요
매니저중에 한명은 같은학교 다니는 친구라는.. 한국에선 이런일이 불가능할듯.ㅎ

그리고 알바들은 10명을 기준으로 보면 4가 아일랜드, 4가 폴란드가 4, 그외 한국,중국,라트비아....
최저임금에 가깝기 때문에 아일랜드 애들은 별로 없고(거의 고등학생, 대학생도있고요)
외국애들은 자국보다 임금수준이 높아서 선호하고요..




맨 처음 1시간 오리엔테이션을 한다고해서 갔는데
그냥 여기는 스태프룸, 여기는 주방, 여기는 주방2 여기는 바, 여기는 뭐.. 이런식...ㅠ
그리고 파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적은 A4 세페이지짜리 종이,
넥타이 조끼 앞치마.. 그리고 그 다음주부터 바로 현장 투입..

처음에 정말 어이가 없었죠.. 한국에서도 호텔은 몇번 가본적없어서 테이블세팅해논걸봐도
이포크랑 이나이프가 어디에 쓰는건지도 모르겠고 그것도 막 한사람당 서너개씩 돼는데..

완전 그냥 눈치로 다른애들 하는거 보고 따라하고 열심히 움직여야 그래도 덜혼나는..
우유를 더가져와라, 버터를 더 가져와라 시키는데 어디있는지도 안알려줬으면서 really really fast!!! 이래버리면..
또 음식이름은 왜이렇게 어려운지..@@

그러면 잠깐 어리버리하게 있다가 먼저 일하던 친구한테 뭐어딨냐 물어보면 또 설명들어서 찾으러가거나
아니면 그친구가 자기하던걸 저를 주고 그친구가 가지러 가거나.. 엄청 비효율적.

오리엔테이션 갔을때 좀더 자세하게 뭐는 어디어디 있다. 일은 어떻게 해라 말해줬으면 긴장도 덜하고 했을텐데
백지상태에서 하려니까 힘들고.

업무에대한 교육이 사전에 충분하지 않으면 이렇게되겠구나, 뭐 이런생각들..


주문받기-->와인--> 스타터-->스프-->소르베-->메인메뉴-->디저트-->커피&차-->
2~3시간후-->케이크,샌드위치,소세지,커피&차-->계속 술먹고놀고마심

보통 이런식으로 결혼식 파티가 진행되고요 저게 한 9시간정도 걸렷나.. 제가 어제 5시에 일시작해서 새벽 2시에 퇴근했는데
그때까지도 파티는 안끝났.. 참 잘노는 사람들이에요 아일랜드 사람들 술마시는거 진짜 최고라능..

아무튼 저렇게 식사가 진행되는데 저거에 익숙해질때까지는 내가 뭘해야 돼는지 할께 없을때는 뭘해야하는지
아무것도 안하고 서있으면 매니저한테 욕먹기때문에..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물도 체크하고 와인도 체크하고 해야하는데..
어제 프랑스애 한명이 새로 일을 시작했는데, 어제 걔가 어리버리대면서 일잘 못하는걸 보니깐
나도 처음에 왔을때 저랬겠구나 싶어서 좀안됐더라구요. 

또... 말이란게 참 중요하단거.
일반 매니저가 6명이 있는데 그들 사이에도 촘 서열이 있습니다.
성격도 다 다른데 ,
유쾌하게 개그를 치면서 인사를 해주고 뭘 시킬때도 부탁이 있으니 이것좀해줘라 이런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고
일하는 중간중간에 와서 힘들지 않냐? 다 괜찮냐? 자주 물어봐주는 사람이 있고요
이 두명 빼면 나머지 4명은 참 @@
소리지르고, 알아서 잘하고있는데 빨리 움직이라고 등밀고 -_-;;;
어짜피 내가 할일이니까 일하는것 자체는 괜찮은데 시키는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하냐에 따라서 일하면서 기분이 달라지더군요
실제로 제가 일하면서 겪으니 제가 다른사람에게 뭘 시키거나 부탁할때는 절대 이러면 안돼겠다. 이런것들.

그리고 한번한번 코스가 끝날때마다 음식이 조금씩남는데, 우리 등떠밀면서 옆에서 음식 먹고있으면 진짜 확.
너도 엄청 엄청 빨리 먹어보라고 접시를 얼굴에 던져주고싶은 충동이..

손님들이 테이블에 팁을 많이 남기고 가는데.. 그건 전부 매니저들 주머니속으로...
손님이 저한테 직접 팁을 주는 경우엔 제돈이 되지만, 테이블에 남기고 가면 매니저들이 다 가져가죠..
딱한번 알바들이 너무 수고했다고 애들주라고 손님이 매니저한테 돈을 주는데
제가 바로 얘기하는데 그옆에서 홀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다가 그 현장을 보고 들은거..
그 손님이 꼭 당신이 가지지 말고 서빙하는 애들하고 나눠가지라고 저를 보면서 말했기때문에..ㅎㅎ
그날은 매니저가 10유로씩 주더군요.. ㅎㅎ..

그리고 일정 시간의 노동 후에는 반드시 휴식시간이 있어야 한다는거.
정해진 휴식시간이 여기도 있지만 거의 안지켜 지구요
위에 쓴 9시간 과정중에 어제 제가 앉아서 쉴수있었던 시간은 디저트와 차,커피가 다 나가고 디저트접시 다 치우고 나서 10분정도.
장시간 노동을 할때 휴식을 취해주지 않으면 피로가 쌓여서 컵을 깬다던가 하는 실수를 하게 되더라구요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무조건 오래 일한다고 다 좋은건 정말 아닌데, 우리나라 직장들은 사람들을 오래 붙잡아 두면 뭐가 나오는줄알죠...
잡쉐어링말이 참 많은데.. 임금을 줄일꺼면 노동시간도 당연히 같이 줄여야 합니다..
가뜩이나 임금때문에 사기가 저하될텐데 일하는 시간은 그대로라면 능률은 더 떨어지겠죠..

ㅎㅎㅎ 써놓고 보니 참 당연한 것들인데
제가 노동자의입장에서 느끼고 나니 정말 확 와닿아요. 예전엔 알바를 해본적이 없어서 이런걸 느낀적이 없었거든요


이 직장의 장점은 저에겐 시급이 높고 그래서 힘들어도 마지막까지 남아서 일합니다.
영어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것 정도.
그리고 연초에 다른 호텔에서 ㅎㅎ 사원 전체 회식때 참여했던것 (연어요리!!)
그리고 아일랜드사람들의 문화를 좀더 가까이서 볼수있다는 것등이 있겠네요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하고, 사람에게 일을 시킨다는건 참 복잡한 문제.
적당한 사람을 잘 뽑아야 하는것도 있지만, 그이후에 일을 제대로 할수있게 교육시켜야하고
일을 할수있게 동기부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되고, 적절한 보상도있어야하고..

기계가아니라 사람이 일한다는걸 기억해야하는데
사람들을 부리는 입장이 되면 그런걸 잊어버리나봐요.


마지막으로 그냥 신기한것 하나는
몸의 기억이란게 참 무섭다는거.
한달만에 일을 하러갔는데도 한손으로 컵 10개넘개 담은 쟁반을 쓱쓱 잘 들수있는건
반복적으로 계속 된일을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아..
싫어하는 사람 두명이 저희집에 조금후에 쳐들어오려나봐요
다짜고짜 너네집에가서 점심먹으면 안돼를 연발하다가 전화를 끊습니다.
제가 와 오빠 진짜 뻔뻔하시네요 이랬더니
그래 나 원래 뻔뻔하잖아 그러니까 너네집에가서 점심먹으면안돼? 이러는... 아 뚜껑열려 ㅠ

해외에 나오면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사람과의 관계가 더 골치라니까요.. 에효..........
뭔가 글을 더 정리하고싶지만 방도치우고 망할점심좀준비하러 가볼께요..

좋은밤 되세요 :)




[이 게시물은 ▶◀ dr.레인님에 의해 2009-03-16 21:38:51 불펜 게시판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