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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유럽 2006]

제 48탄. 꼬르도바 : 타임 투 킬 댓 마더 퍼킹 바스타즈

작성일
09-04-26 13:13
글쓴이
퍼스나콘 [눈웃음]선배거긴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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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레스토랑의 나무의자에 털썩 주저 앉으면서 낸 소리를 지적 할 때도,

텅텅 비어있는 많고 많은 4인용 테이블들 중 하나에 앉은 우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홀에서 가장 나쁜 위치에 있는 단 하나 뿐인 2인용 테이블에 앉힐때도,

메뉴판을 뺏아들다시피 하며 주문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가르치려 들때도,

우리는 그 친구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의 웨이터로서

프라이드를 지키고 싶어하는 것이겠거니 하는 생각이었다.





두번째 요리를 가져오면서 포크를 빼 놓은 웨이터를 부른 희재는,

조심스럽게 '포크 플리즈'라고 말했다.











이건 아니다.

희재의 얼굴 바로 앞까지 자기 얼굴을 들이대며 '응?'이라고 반응 한 경우,

당황한 희재의 '포.. 포크'라는 대답에 주방으로 들어가서 포크를 가져다가

찌르는 부분이 희재를 향하도록, 테이블에 '쾅'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내리친 경우는

누가 봐도 명백히 무례한 경우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인종차별이구나.

과거 라틴 아메리카를 거의 먹을 뻔한 역사를 가진게 이 스페인 친구들인지라

간혹 아직도 자신들이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론리플레닛의 설명이 기억난다.




우리는 결국, 웨이터 녀석이 '던져놓은' 포크 위에 그간 쌓인 20유로에 달하는

유로화 동전을 수북이 쌓아두고,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기네 나라 사람들과 피부 색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 살아가는 문화가 다른 이들에게는 이질감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이질'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것도,

전혀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자민족의 우월성만을 강조하는건 민족이전에 인간이기를 포기하는것은 아닌가?

인간존중이라는 대원칙을 위배하는 민족우월주의의 가치가 무엇일까?

사람 대접을 거부하는 민족우월주의를 맹신한 결과는 이미 히틀러와 무솔리니,

그리고 당신들의 프랑코가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았나..







희재를 달래기 위해, 늦은 밤의 꼬르도바 강변길을 몇시간동안이나 산책했다.

두 남자의 입에서는 웨이터가 준 기억을 잊기 위한  군시절 이야기, 여행 이야기, 사진 이야기,

연애 이야기, 가족 이야기, 공부 이야기가 끝도 없이 오간다.


끝내 우리는, 이제 안달루시아에서 유명하다는 곳은 다 둘러 본데다가,

이놈의 도시는 더 이상 꼴도 보기 싫으니

내일 아침 첫차를 타고 마드리드로 떠 버리자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꼬르도바는 우리를 그냥 보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마드리드행 기차를 타기 전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샌드위치 바에 들렀을 때 였다.

바로 앞에서 죽어라 눈을 마주쳐 가며 한참을 기다리던 나를 끝까지 못본척 하다가

지금 막 들어온 백인 손님에게 주문을 받으러 가는 여종업을 보니 식욕이 딱 떨어진다.



다행히도 내게는 이 상황을 위로 받을 동행자가 있다.

내가 샌드위치를 사는 동안 기차표를 사기로 한 희재가 있을 매표소로 들어갔지만,

희재 역시 표정을 잔뜩 찌푸린채로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





"아 기차표 사려는데, 매표원 저 사람 왜 저렇게 고자세야?"


"뭐? 왜? 무슨 일인데?"


"새끼가. 여권 보여달라느니 유레일패스 보여달라느니,

패스 날짜가 오늘이 마지막인데 되느니 마느니, 지가 뭔데 나보고 마드리드에 왜 가냐니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느니 그러잖아.."




어제 저녁에 웨이터가 한번, 샌드위치바에서 또 한번, 이제 매표원이 세번째.

머리 속이 아찔하다. 뒤통수가 간지럽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깊게 푹 한번 내 쉬고는, 희재에게 물었다.


"어느놈인지 얼굴이나 한번 보자. 누구냐? 몇번 매표구냐?"


"7번이야. 한번 봐봐. 생긴거 부터가 아주 골 때리게 생겼어."



나이 마흔을 넘기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링컨의 말을 굳이 끌고 오자면,

7번 매표구의 매표원은 여태껏 결코 선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지는 않은 얼굴이었다.


어제 저녁부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간다.

참을인자 세개면 살인을 면한다고는 하는데 나는 그만한 성인군자는 못 되나 보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매표창구에 뚜벅뚜벅 걸어가서 표를 예매하고 있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매표원에게 또렷또렷한 영어를 읊었다.

스페인 친구들이 영어를 그렇게 잘 하는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통 철도 역무원쯤 되면 또박또박 발음하는 영어는 곧잘 알아듣는다.

그리고 내가 내뱉고 싶은 단어는 사실 하나 뿐이었다.


"I know why did you so unkindfull to us.

Because I'm fucking ASIAN. Am I wrong? huh?"

(나는 당신이 우리에게 왜 그렇게 불친절했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내가 망할놈의 동양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틀렸나? 응?)



성대글 꾹 누르면서 가래 끓는 목소리로 강조된 'fucking ASIAN'을 내 뱉을때 까지는 좋았다.

입에서 'am I wrong? huh?' 라는 말이 나올때쯤,

눈이 핑 도는 것 같았다. 온 몸이 허공에 뜬 것 마냥, 정신이 멍했다.

자제력을 완전히 잃었다.








다시 제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있는 힘껏 내 지른 한국욕설이 내 입을 떠난 뒤였고,

별로 조용하지도 않던 역 구내의 반경 5m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는 상황이었으며,

저기 저편에서 무슨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두명의 경찰이 걸어오는 중이었다.


내 살기 어린 눈빛을 애써 외면하고 단말기 모니터로 시선을 피하고 있는 매표원을

씩씩대며 한동안 계속 쳐다보다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해주고 뒤돌아섰다.


"I envy you, the great great spanish."

(위대하고 위대한 스페니쉬라서 참 부럽소)



희재는 지난 2년을 통틀어서 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이후로 이렇게 누군가에게 핏발을 세워본 기억이 없다.


여행은 인생의 압축판이라고, 온갖 희로애락을 다 겪게 된다고는 하던데

나는 정말이지 큰 기대 없이 산 비행기표와 유레일패스가

이정도로 극적인 일들만을 선사해 줄 줄은 몰랐다.

잘났다. 유럽아. 고맙다. 유레일패스야. 이런 경험까지 하게 해 줘서.


하지만 앞으로 남은 열흘동안은, 제발 좋은 일들만 좀 보여주라.






여행동안 느끼는 감정이란 대단히 주관적이며,

여행자라는 사람들은 모두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무엇 하나 이렇다 할 볼거리도 없는 시골마을 라이를 떠나던 내가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로 무척 단순한 이유였다.

마을 박물관 할머니랑 교회 종탑지기 할아버지께서

'한국인이 여기 온건 처음이야.' 라며 무척 친절하게 대해주신

딱 그 한가지 이유 뿐이다.




이슬람과 카톨릭이라는 동서간의 종교가 만난 세계 유일의,

그러면서도 최대규모의 사원이 있으면 뭐하고

유럽에서 단 하나뿐인 아랍인 자치지구가 대체 무슨 필요인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역주민들, 메스키타와 유대인지구의 최대 수혜자인 꼬르도바 지역주민들이

그들의 단순해 빠진 돈줄을 대하는 방법조차 전혀 모르고 있는데.

이래서는 메스키타가 아니라 완공된 싸그라다빠밀리아가 있어도 결코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없다.





꼬르도바는, 이제 내 50일 일정 중 최악의 도시로 꼽힐 것이고,

마드리드로 가게 되면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한국으로 돌아가면 인터넷으로, 내 여행기로,


내가 당한 꼴을 소상히 알릴 것이다.

어리석은 세명의 진상들의 행동은 결국 자기네들이 사는 꼬르도바, 안달루시아,

더 나아가서는 스페인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것 밖에 더 될까..


메스키타와 알카사르는 멋있었고,

웨이터가 서빙한 레스토랑의 음식은 참 맛있었고,

매표원이 끊어준 표로 탄 AVE는 무척이나 빠르면서도 쾌적했었는데.


단지, 그들이 조금만 친절했었더라면 이렇게 얼굴을 붉히지는 않아도 되었을텐데..






우리나라는, 관광산업국으로서의 우리나라는,

조상들이 기껏 남겨 놓은 유산들이 이리 털리고 저리 털리다 보니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만한 하드웨어가

사실 그 유구하다는 반만년 역사에 비해서는 좀 초라한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을 다녀간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려면,

그들로 하여금 더 많은 이들을 한국으로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꼬르도바의 진상 3인방들이 역설적으로 가르쳐 주었다. [이 게시물은 ▶◀ dr.레인님에 의해 2009-04-27 00:36:44 불펜 게시판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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