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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유럽 2006]

제 51탄. 세고비아 : 아버지는 말하셨지 목욕을 즐겨라.

작성일
09-04-29 18:50
글쓴이
퍼스나콘 [눈웃음]선배거긴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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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란 원래 사고구조가 단순해서 자신의 존재를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아예 자기라는 존재가 없어지기라도 하는 줄 아는 동물이다.
걸핏하면 어디 나서서 자기자랑만 해야 하고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좀 아니다 싶은 인간상은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 주변에 가끔씩 보이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를 알아 주고
자기 앞에 무릎 꿇게 만드는 세계정복이야 말로,
모든 남자의 궁극적인 로망이라 하겠다.




뼛속부터 사나이인 나는, “내 꿈은 세계정복”이라고 무려 일곱살 때부터
그 남자의 원대한 포부를 남들 앞에 밝히고 다녔었다.
시대를 잘 못 타고 태어난 탓에 세계정복은 버겁다며 포기한게 고등학교 때니까,
딴에는 세계정복에 대해 10년쯤 고민 해 본 셈이 된다.
세계정복에 대한 철학을 가진 남자다. 나는.













그렇게 내린 결론을 말하자면,
세계 정복자로서의 내가 시대를 잘못 탔다는 명제 하나만큼은 참이었다.
세계정복하기는 지금보다는 고대사회가 훨씬 쉬웠다.




한평생 농사나 지으면서 평화롭고 따분하게 살던 옛 사람들에게는 먼 곳의 소식이래 봤자
산 넘고 강 건너 이웃마을 사람들 이야기뿐이었을 것이다.
전화도 없고 라디오도 없고 인터넷은 당연히 없던 시절이었을 텐데 
저 멀리 서쪽에서부터 누군가가 수천명 씩이나 되는 군대를 끌고 오는 줄도 몰랐을 테고,
미리 알아 봤자 막아낼 재간도 없었을 것이다.
별 수 없이 자신들을 죽이지 않는 조건으로 침략자에게 식량을 내놓고,
젊고 건강한 남자들은 군대에 합류한다.
 그렇게 또 옆 마을로 쳐들어가서 식량을 얻어내고, 청년들을 징병하고.. 또.. 또..
  
 


이런 식으로 무리가 점점 더 커져 가고, 땅을 많이 차지할 수록 식량도 많이 얻을 수 있으니
대제국이 되는 일도 금방이었을 것이다.
왕이나 귀족 중에 능력 있고 야심 찬 사람이 시대를 잘 타고 난다면야
세계정복, 꿈만은 아니었으리라.
실제로 세계를 정복하고 대제국을 세우는 일은 세계사에서 꽤 자주 일어 났었다.








오늘날은 엄청난 자본과 첨단 과학으로 중무장한 미국이
별별 짓을 다 해도 세계정복은 요원한걸 보면, 부시 또한 시대를 잘 만났다고는 볼 수 없겠다.





하지만 알렉산더나 진시황, 나폴레옹처럼 정복자가 죽자마자
기껏 세워 놓은 제국이 사분오열 된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
그렇게 세워 놓은 대제국을 통치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2000년쯤 전 유럽에는 로마라는 제국이 있었댄다.
제국이라는게 원래 군사적 패권을 바탕으로 다른 민족이 사는 정복지를 뜯어먹는 개념인데,
다른 제국들에 비해 로마제국은 조금 달랐다.




로마제국이라고 해서 정복지를 덜 빨아 먹었다는 말은 아니고,
제국 치고는 퍽이나 관용적이고 포용력 있는 지배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로마제국은 이웃 민족들에게 경외심을 심어주기 위해,
정복지를 굴복시키기 보다는 제국의 공동 경영자로 삼는 유래 없는 방식을 사용했다.
오랜 적이라 할지라도 일단 무찌른 다음에는 자국민으로 받아들일 줄 알았고,
자신들과 동등하게 대우하며 로마시민으로 동화시키려 노력했단다.
군대를 주둔시켜 힘으로 윽박지르는 방식보다는,
기존의 도시들에 관공서와 신전, 광장과 시장 같은 로마식 시설들을 만들고
삶과 문화를 로마로 보편화 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식민지 고유의 문화를 최대한 인정하면서도
로마시민으로서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똑같이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의 건축술로 전인류의 발전을 도모 한 것이다.

















온 유럽을 다 지배한 로마가 그렇게 온 유럽에 자기네 건축물을 쌓아 올린 덕분에,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는 로마 유적들을 유럽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런던의 바쓰에는 로마제국 시대의 온천탕이 있고, 프랑스 남부 아흘과 님므, 오랑쥬에서는
원형 경기장과 원형극장이 비교적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경기장과 극장 말고 또 로마제국 하면 떠오르는 건축물은 수도교다.
사람과 물건들이 다니는 도로와 함께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이 수도다.
단순히 식수를 편리하게 마실 수 있게 한 것 뿐만이 아니고,
도시에 깨끗한 물이 많으면 자주 씻을 수 있어서 질병으로부터 인구 전체가 건강해진다.
불이 나도 즉각 즉각 퍼다 끼얹을 물이 있다는건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도 된다.




현존하는 가장 큰 규모의 로마식 수도교를 보려거든 남부 프랑스 님므 근교의 퐁뒤가르로 가면 된다.
잘 깎아 만든 3단 수도교 아래로는 강이 흐르고 있고,
물이 흐르던 수도교 위를 걸어서 건널 수도 있단다.


하지만 나는, 다미쉘 피자에 코가 단단히 끼어 나폴리에 눌러 앉는 바람에
님므의 퐁뒤갸르를 보려던 계획은 포기해야만 했다.







뭐 님므에만 수도교가 있는건 아니다.
로마제국은 보편제국이었으니깐.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 여기 세고비아에도
퐁뒤가르보다 크기도 작고 모양새도 덜 예쁘지만, 어쨌거나 비슷하게 생긴 수도교가 하나 있다.
믿거나 말거나, 수도교 내부에 파묻힌 수도관으로 여전히 수돗물이 공급되고도 있단다.















전 지중해연안을 아우르는 광대한 로마제국 영토 전체에서도
스페인은 가장 알짜배기 식민지였다.
광산에는 지하자원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고, 노예들의 노동력도 풍부했으니까.
스페인 금광의 금맥이 거덜나서 더 이상 금화를 찍어내지 못하게 되자 제국의 통화 체제가 흔들렸을 정도였댄다.
그러니 아무리 건조한 사막 지형이라도 수도교를 세워
제국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풀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이다.
















지금도 세고비아는 배낭족에게 참 괜찮은 여행지다.
물가가 저렴한 편에 속하는 스페인의 다른 도시들보다도 기념품 가격이 1-2유로쯤 더 싸고,
새끼돼지 통바베큐 요리도 비싸지만 살집이 야들야들하면서도 고소한게 색다른 맛이다.















알카사르에서 만난 한국 배낭족 아가씨에 잘난 척
(“여기가 디즈니 백설공주의 모델이 된 성이예요.
에? 독일 퓌센요? 아, 퓌센에 있는 거 뭐냐 노이슈반 어쩌고 그 성은 디즈니 로고이고,
여기는 만화 속에서 백설공주가 사는 성이예요. 다른거예요.
한국에서 드라마 하늘이시여 보셨어요? 거기서도 이 성이 배경으로 나와요.”) 도 좀 해주고,


희재랑 같이 자학개그
(“이 새끼야 보기 민망하니까 제발 그만 좀 들이대!
이분 이제 내일 포르투갈 가신다잖아! 우리랑 루트 달라!”
“아 씨 잘 돼가고 있는데 왜 훼방질이야! 남자친구 없죠?
아.. 있으시다구요… 다행이다. 그럼 안 따라가도 되겠구나.”)
도 선보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스페인.. 세고비아.. 여행자 수표를 꺼내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풀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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