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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유럽 2006]

제 54탄. 바티칸 : 교황님의 로망도 9회말 역전 만루 홈런

작성일
09-05-04 11:24
글쓴이
퍼스나콘 [눈웃음]젤라거긴안돼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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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화를 그리랬더니 천장에다 조각을 해 놓은 미켈란젤로는 천재다.
저게 조각이 아니라 그림이라는 가이드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천지창조의 천사들은 어찌나 실감 나는지 금방이라도 바닥으로 떨어질 듯,
조마조마하다. 최후의 심판의 박력 또한, 대단하다.


정말이지 이탈리아 녀석들은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 놓고 미켈란젤로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
미켈란젤로가 아니었으면 바티칸은.. 미켈란젤로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흠.. 잠깐만.. 조금 생각 해 볼 일이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때문에 먹고 산다고 치자.
가우디의 건축물이 없는 바르셀로나는 앙꼬 없는 찐빵 맞다.
그런데, 로마와 바티칸도 미켈란젤로의 작품들로 먹고 사는 건 맞지만,
사실 여기는 미켈란젤로 말고도 그에 조금 못 미치는 다른 준재들의 작품이 수두룩 빽빽하다.
미켈란젤로 없어도 크게 지장 없겠다.











한 명의 천재가 문화 전체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인재가 준재가 되고, 준재가 천재가 될 수 있도록 예술을 장려하고 진흥하는 인프라를 갖췄다.
예술가들을 빵빵하게 지원해 주는 분위기부터,  남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국력이 부럽다.




기껏 산더미 같은 나무를 해다가 황룡사 9층탑 지어본들,
양아치들 불장난에 흔적도 찾을 수 없는 우리네 환경보다,
불에 탈 일도 없고 어지간해서는 상하지도 않는 대리석이 넘치는 자연환경도 부럽다.
그 무겁고 단단한 화강암으로도 석굴암 본존불 뚝딱 해치우신 우리 조상님들,
만약에 경주 남산에서 가볍고 무른 대리석이 났었다면야
피에타 같은 것도 서른 일곱 트럭쯤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로마제국이 그토록 오랫동안 융성 할 수 있었던 까닭중의 하나는,
역사적으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보편국가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전성기 시절 제국의 인구는 7000만명에 달했고, 이를 구성하는 민족도 수백개나 되었지만,
법률과 라틴어, 통화체계 같은 통합된 주요 제도를 제외하고는
개개의 역사와 문화, 관습을 인정하는 관용을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종교도 마찬가지였다.
온갖 잡신의 나라 로마는 자기네 영토 위의 모든 종교를 수용 했으며,
누군가가 여러 신들 중 하나를 욕한다는 사유만으로는 처벌하지 않았다.
예수에게 십자가형 선고를 내린 예루살렘의 로마총독 빌라도도
종교적인 이유로 예수를 탓하지는 않았다.
유대인의 왕이자 구원자를 자처했던 예수는 유대들인에게 반사회적 악인으로 몰렸었고,
반역죄라는 정치적인 죄목으로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이다.





하지만 예수 사후의 크리스트교는 탄압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선 검투사들의 피나 매음굴에서의 간통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던,
그리고 사치가 미덕이 되던 로마사회는
청빈과 박애를 강조하던 크리스트교와 서로 궁합이 맞지 않았다.












크리스트교도들 기준으로 로마인은, 무지한데다가 잔혹하며 방탕스럽기까지한,
회개를 백 번쯤 해야 할 자들이었다.
반면에 세상의 모든 것에 신이 깃들여 있다고 생각하고,
정복한 민족의 신에게도 ‘로마시민권’을 부여하는 것도 모자라서
죽은 황제도 신으로 승급시키던 사람들이 로마인들인데,
‘나 외에 다른 신을 믿지 말라’는 주님 가르침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 말이었다.
게다가 섹스는 즐거움을 위한 스포츠인데,
카이사르도 여성편력 하나는 화려하기 이를데가 없건만
‘간음하지 말라’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쯤으로 치부 될만한 교리였다.













로마인 입장에서 크리스트교도들은, 앞 뒤로 꽉꽉 막힌 것이 자기네 밖에 모르는 편협한자들이었다.
백 번 양보해서 크리스트교를 종교중의 하나로 관대하게 인정한다 하더라도
황제의 초상에 절하지 않는다는 것은 종교적인 차원을 벗어난 범죄였고 반역이었다.
크리스트교만큼 탄압을 받은 종교라면, 사람 머리를 베어서 제사 지내는 켈트족의 드루이드교 정도에 불과했다.





결국 크리스트교도들은 네로황제에게 로마 시내를 불 태운 방화범으로 몰려서
평생 모은 재산이 몰수되고, 원형극장의 관중들 앞에서 사자밥이 되는 등
갖은 핍박과 곤욕을 감수해야만 했다.
크리스트교를 믿는다는 자체 만으로도 사형이 구형될 죄였단다.












하지만 종교의 힘이란 참 대단한 것 같다.
그 모진 탄압과 박해를 받으면서도 크리스트교도들은 꼿꼿했다.
예수의 12제자 모두가 목숨을 바쳐가며 전도를 해 나갔고,
신자들은 기름을 뒤집어 쓴 채 불에 타 죽으면서, 맹수들의 먹이가 되면서도
끝까지 주님을 외치면서 굳건한 모습을 보여줬단다.





심지어는 평생 햇볕을 보지 못할 각오를 해 가며
지하무덤에 숨어들어 신앙을 보존했다고도 한다.
지금도 가이드의 인솔을 받은 단체만 입장 할 수 있는 캄캄한 묘지.
총 연장 길이가 무려 1000km가 넘는 이 곳으로
크리스트교도들을 잡으러 온 로마군 병사들이 길을 잃고 헤메다
되려 교도들에게 잡혀서, 결국 빼도 박도 못하고 크리스트교로 개종해서
남은 생을 보냈다는 이야기도 들려 온다.












마침내 전세는 역전되어 크리스트교가 어엿한 종교로 인정되고,
급기야는 로마제국의 유일한 국교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서구유럽사회의 사실상 하나뿐인 종교가 된 로마 카톨릭은,
한 때 교황이 자신과 알력 싸움을 벌이던 황제까지 파문시키면서 몹시 잘 나갔었다.
분위기를 등에 업은 교황은, 성상숭배에 반발하면서 분열된 그리스 정교회,
즉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여 교단을 통일하려는 당찬 꿈을 갖고 십자군 원정을 일으킨다.






물론 사람들에게는 예수가 태어난 성지 예루살렘을 이슬람 교도들로부터 빼앗는다는 예쁜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치라는게 원래 표면적인 명분과 감춰진 꿍꿍이가 다르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십자군 원정으로 가장 큰 손해를 입은 쪽은 콘스탄티노플이었다.












성지 탈환하러 간다던 먼 친척녀석들이 예루살렘으로 가다 말고 갑자기 이쪽으로 쳐들어와서 노략질을 해 대니
1000년 역사의 동로마제국, 끝내 멸망해버리고 만다.





십자군 전쟁으로 가장 득을 본 쪽은 베네치아와 제노바 같은 중개무역 도시들의 상인들이었다.
원정을 가려면 군대가 이동해야 하고, 군대가 이동하려면 길을 닦아 놓는 것이 편한데,
군대 말고도 상인들도 군대가 닦아 놓은 길을 이용할 수 있으니
동서간의 국제적인 무역이 활발해진 까닭이다.






로마 카톨릭 교단은, 동로마제국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손해를 많이 봤다.
어찌 하나님의 이름으로 일으킨 전쟁에서 패배 할 수가 있을까라며
신앙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킨 것이 가장 컸고,
그 때문에 로마에 있던 교황이 아비뇽으로 쫓겨나질 않나,
자기가 진짜 교황이라 주장하면서 들고 일어나는 사람이 유럽 전역에 서넛씩이나 되질 않나.
교황권이 땅에 떨어질 위기였다.












하지만 선동렬 김병현 같은 closer를 상대로 9회말 2아웃에 역전만루홈런을 날리는 것,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야 말로 세계정복에 버금가는 남자의 로망이다.
남자로만 구성된 교황청은, 교황의 위상에 걸맞는 웅장한 건물을 세워서
흔들리는 교황권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 했다.







초대 교황인 베드로를 기념한 성당이 너무 초라하다는 명목도 있었거니와
때 마침 불어 닥친 문예부흥운동 르네상스로 성당을 꾸밀 예술가들도
많이 활동하고 있었겠다 타이밍은 괜찮았다.













사기도 치려면 크게 쳐야 한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탈리아에서 난다긴다 하는 건축가는
모조리 성베드로 성당 건설에 투입되었고,
그 들은 로마제국시절의 유물들에서 석재를 떼어다 쓰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부족한 공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면죄부라는 것을 만들어다 팔기 시작했고,
그 덕에 로마 카톨릭의 세속화에 환멸을 느낀 후스와 칼뱅, 루터 같은 이들이 등장해
개신교라는 딴 집 살림을 차리고 나가기도 했다.















여행을 시작한 이래로 내도록 자극적인 것만 찾아다니다 보니
일정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불감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아무리 크고 화려한 것이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감흥을 느끼기가 힘들었고,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 동안 온 유럽을 다 돌아다니면서 유명한 성당들은 다 한번씩 가 봤는데,
과연 교황 있는 바티칸은 얼마나 다른지,돈을 얼마나 발랐는지,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이나 한 번 해 보자는 불손한 마음뿐이었다.












축구장 여섯 배에 달하는 넓이의 성당 내부를 보니 기분이 묘하다.
내 몸이 갑자기 작아진건지 어떻게 된 건지, 열심히 걸어봐도
저편에 있는 여러 그림과 조각들이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다니다 보니 목이 뻐근하다.
이건 성당이 아니라 카톨릭 그 자체다.
천장에서 쏟아져 내리는 위압감이 어깨를 꽉 눌러온다. 한 쪽 돔 아래에서는,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기도하는 아주머니도 한 명 보인다.













초점거리 12mm의 초광각렌즈로도 한 화면에 다 담기지 않는게
콜로세움 말고도 여기 또 있구나 싶다.
가까이서 무리하게 올려다보는 화각으로 사진을 찍으니 화면이 일그러지면서 왜곡된다.
하지만 자고로 성당이란 같은 눈 높이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할 대상이 아니라
바로 아래에서 우러러 보면서 신의 위용에 압도당해야 제 맛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말도 안되게 크게 짓는 것이다.



중세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며 하나님을 바라 보는 시선은 바로 이런 왜곡된 사진과 같은 모습일 터.
맞은편 상공에서 헬기를 타 가며 내려다 보는 장면을 담는 것은
프로 사진가들 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런 사진이 오히려 교인의 주관을 왜곡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로마에 머문 6일 동안, 성베드로 성당만 5번을 찾아 가면서
이 참에 아예 세례 받고 카톨릭에 귀의 해 볼까 심각하게 고려했다.
바티칸 공식언어가 라틴어라는데,
라틴어든, 이탈리아어든, “나도 세례 시켜 주세요~”라는 말을 내가 알 리가 없다.
영어로도 모른다.



























성모마리아는 아들 하나 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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