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계의 아프리카 체류기 04] 기후와 교통, 첫인상
- 작성일
- 10-01-29 14:17
아프리카는 언제나 항상 푹푹 찌는 날씨인가?
계절구분도 없이 항상 더울것 같지만 꼭 그런건 아니다.
이곳에도 winter season 이리고 부르는 계절이 있다. 8월~10월 사이에는 우리나라의
여름 끝무렵 초가을 날씨같은 섭씨 20도~25도정도까지 기온이 내려가는데.....이 곳 사람들은
이 시절에 털모자도 쓰고 다니고 심지어 오리털 파카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보았다. 한국 사람들은
물론 사시사철 반팔티에 반바지를 입고 다닌다.
일단 아프리카는 남반구에 위치하므로 우리와 계절이 반대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내가 처음 앙골라를 갔었던 12월은 우리에게는 겨울이 시작되는 계절이지만, 앙골라에선
한참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곳에는 건기와 우기가 확실하여 우리의 봄~초여름에 해당되는 4월에서 6월사이에 열대지방
특유의 스콜과 같은 많은 비가 내린다. 이게 우리의 장마와는 좀 다른데.....우리의 장마가
몇날 몇일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끊임없이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면 이곳에서는 맑고
쨍쨍한 날씨가 되었다가 갑자기 우르릉쾅쾅 하면 천둥번개가 치고 엄청난 비가 하늘에서
한동안 쏟아붓다가 잠시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씨가 맑게 개인다.
개인적 체험으로 봐서는 우리의 장마나 집중 호우철에 비해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는 건 아닌것
같았다. 그렇지만 토양의 성질이 물빠짐이 약한데다가 배수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않고,
지반이 약한 곳에 가난한 사람들이 허술한 집을 짓고 모여살다보니 비가 오면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일단 도로에 배수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않으니, 비가 조금만 와도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통행이 한동안 금지되곤 한다.
교통은 뭐 악몽 그 자체였다.
서울의 교통혼잡은 이곳에 비하면 천국이라고 생각되었다. 이곳에서 1년 남짓 지내다보니
나는 서울에서 아무리 차가 막히더라도 꽤 견딜만하게 되었다.
포르투칼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길 그대로 전혀 도로의 확장도 없는 상태에서, 도로 곳곳은
움푹움푹 패어 있고, 맨홀뚜껑은 날아가 있고...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하지 않으면 바퀴가 성하지
않을 상태다.
위 사진에서과 같이 시내의 도로는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보수가 잘 되지않아
곳곳이 패어 있다. 옛날식 건물에 주차장 시설이 미비하여 사람들이 전부 도로가에 차를 주차시키다
보니 도로의 양쪽 차선 1개씩을 잡아먹어 혼잡한 길이 더 혼잡하게 되었다.
대중교통은 아주 미비하다.
위 사진에서 간혹 보이는 하늘색 승합차를 그 사람들은 Taxi(탁씨)라고 부르는데, 우리 개념의
택시가 아니라 마을버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노선이 정해져있으며 차장이 있어서 요금을 받는다.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은 저 탁씨에 의존해
삶을 이어가며 조금 돈이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차를 구입하여 몰고 다닌다. 그외에는 우리식의
45인승 버스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지하철은 당연히 없으며, 과거 식민지 시절에 만들었던
기차는 흔적만 남아있다.
우연히 저 탁씨를 타 본적이 있는데, 냉방시설은 전혀 되어 있지 않고, 땀냄새에 겨드랑이 냄새에...
더위에....아주 질식해 죽는줄 알았다.
공항에서 나오자 내가 받은 첫인상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유난히 흙색깔이 붉은 곳인데, 건기인지라 황토색 먼지로 뒤덮여 있는 도로는 차로 미어져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에서 거리에는 사람들이 저마다 물건을 들고 나와서 지나가는 차량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파는 물건은 정말 다양했다. 신문에서부터 콜라, 물, 축구공, 변기뚜껑, 의자, 의류, 영화CD...
시장이나 마켓에서 파는 모든 물건이 거리에 나와 있었다. 하루종일 이 더위와 먼지속에서
물건 하나라도 팔아서 꾸려가야 하는 그들의 삶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이곳에서 첫날밤에 받았던 가장 강렬한 인상은 어두움이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기가 없는 세상...
물론 이곳도 전기와 수도가 있었지만, 그것은 극히 제한된 사람들과 제한된 사람들만 누리고 있었다.
수도 Luanda인구의 10%정도만 전기와 수도가 공급된다고 한다. 그마저도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
걸핏하면 전기가 끊겨서 몇일만에 들어오기도 하였다.
내가 도착한 첫날이 그랬다. 저녁 식사를 하고 들어오는 길...시내에 전기가 나갔나보다.
원래 가로등도 거의 없던 그길이 주위 건물들마저 전기가 나가버리니 도로는 완전히 암흑천지에
자동차 헤트라이트 불빛에 의지해 이동을 하고 있었다.
이럴때는 도로가 한산하더라도 빨리 달리는건 금물이다. 신호등은 물론 차선도 없는 거리에
피부색이 검은 사람들이 도로를 횡단하는것이 쉽사리 눈에 뜨이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횡단하다가 사고를 당하는것을 그 후에도 여러번 목격했다.
어두운 도로에서는 정말 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전기상태가 불안정하니까 대부분 형편이 되는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이 집마다 발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전기가 나가면 기름을 때서 발전기를 돌려야 하는 것이다. 발전기를 돌려야
TV도 볼 수 있고, 에어컨도 켤 수 있다.
나중에 이곳에 살면서 겪은 일이지만, 우린 단 한번도 전기요금을 낸 적이 없었다.
떼먹었냐고? 그게 아니라......집에 전기 계량기가 없었다. 아파트나 대형 건물에는 전기 계량기가
있는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단독 주택에는 전기 계량기가 없었다. 이 나라 사람 대부분 전기나
수도세를 안내고 살고 있는 모양새였다.
웃기는것은 하루는 우리의 한전에 해당하는 곳에서 직원들이 나오더니 그 중 한 사람이 집앞의 전봇대에 올라갔었다.
그리고, 다른 직원이 우리 집을 방문해서 자기한테 돈을 주지 않으면 전기선을 절단해 버리겠다고
위협을 해서 돈을 조금 쥐어주고 보낸적이 있었다.
수도공급도 원활치가 않아서 대부분의 집의 옥상이나 지하에 커다란 물탱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수도가 나올때 물탱크를 채워두는 것이다. 때론 수도 공급이 끊기더라도 몇일는 버틸 수 있다.
그렇지만, 단수가 오래되면 물탱크도 바닥나게 마련이다.
이럴땐 탱크로리에 물을 싣고와서 공급해주는 업자에게 연락해야 한다. 20톤짜리 탱크로리
한대를 부르는데 그 당시 200불 정도 하는것 같았다. 주변의 몇집이 돈을 모아 탱크로리 한대를
부르면 탱크로리가 물을 가득 싣고와서 물탱크를 채워주게 되었다. 다행히 내가 있는 곳은
수도 Luanda시내에서 물사정, 전기사정이 가장 좋은 곳이라 이런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탱크에 싣고 오는 물이 아주 웃겼다. 어디 정수장에서 받아온 물이 아니라 그냥
강이나 개천에서 퍼온 물이었다.
이 물을 받아 샤워를 하다보면 샤워기에서 황토물이 나오는것은 물론 샤워기에서 지렁이가 나왔다는
한국 사람의 이야기도 들었다.
어쨌거나 이곳의 첫 인상은 낮에는 먼지였고, 밤에는 어둠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