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계의 아프리카 체류기 07] 말라리아,그게 뭡니까?
- 작성일
- 10-02-19 14:16
말라리아는 온대, 열대 지방에서 발생하는 풍토병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씩 발생하기도 한다. 예전에 학질이라고 부르던 질병이 이 말라리아이다.
동남아를 여행하다가 걸리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 동남아 일대에서 '도전 지구탐험대' 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하다가 코미디언 김성찬씨가 말라리아로 사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가거나 휴가를 떠나는 사람도 말라리아에 걸릴 수 있는가?
물론, 걸릴수도 있지만 그렇게 높은 확률은 아니라고 한다.
말라리아는 열대지방중에서도 서부 아프리카쪽에 극성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사망원인중
1위가 말라리아이다.
내가 의학에 대한 지식이 있는것도 아니고, 말라리아라는 질병에 대해 전문적인 견해를
피력할수는 없지만, 내가 주위에서 봤던 말라리아라는 질병에 대해 썰을 풀어보겠다.
일단,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을 보유하고 있는 모기에 의해 발병한다.(다시 말하지만 菌이 아니라 蟲이다)
말라리아 충을 가지고 있는 모기에게 물리면 말라리아 충이 인체의 적혈구에 침입하여 말라리아가 걸릴 수 있다.
아프리카의 모든 모기가 말라리아충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모기는 조심해야 한다.
앙골라에 처음 가기전에 을지로에 있는 국립의료원에 황열병 예방접종을 하러 갔었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열대지역을 여행하려면 입국시 그 나라가 요구하는 질병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황열병 예방접종을 필수로 하고, 어떤 나라는 AIDS 감염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열대질병에 대해 백신을 접종하거나 증명을 하고, 치료를 하는 곳이 우리나라에선 거의 국립의료원
정도밖에는 없다.
국립의료원에서는 황열병 예방접종을 한 다음에, 말라리아 예방약도 받아가라고 했다.
말라리아는 백신을 맞거나, 예방접종을 통해서 항체가 생기거나 하는 질병이 아니다.
예방약을 해당 국가에 입국하기 일주일전부터 하루에 한알씩 먹으라고 한다. 그리고, 그 나라에 입국한후에도
하루에 한알씩 먹고, 그 나라를 떠나온 이후에도 1~2주는 계속 예방약을 복용하라고 한다.
근데, 이 예방약이란게 참.......나도 한 번 먹어는 봤다.
감기기운이 있을때 감기약 독한것 먹어보신분 아실거다. 정신이 몽롱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뭔가 몸이
붕 뜬 느낌이 난다.
말라리아 예방약이 꼭 그랬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매일 먹으라는건지......
당연히 아프리카 현지인들이나 현지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은 저런 예방약을 먹지 않는다.
머리가 어지럽고, 게다가 간에도 부담이 된다고 하니 저걸 장기복용 할 수가 없다.
무조건 모기를 조심하고, 모기 많은 곳은 피하고, 방에 모기약 뿌리고, 잘때 침대에 모기장을 두르고
자는게 최고이자 유일한 방법이다.
앙골라에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3종의 맥주가 있다. 빗나간 말이지만 맥주맛은 한국보다 훨씬 낫다.
맥주가 세금이 붙지 않아서인지 우리돈 500~600원 정도면 한캔을 살 수 있는데.....
캔 뒷면의 성분표시를 보면 '키니네'가 함유되어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키니네 성분을 맥주에
소량 함유한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매일 말라리아 예방중이라고 낄낄거리며 맥주를 들이키곤 했다.
그러다가, 직원중의 한 명이 맥주에 취해서 실내가 아닌 실외의 의자에서 잠이 들었다가
모기에 물리고 말라리아에 걸려서 혼쭐이 나기도 했다.
일단 말라리아 모기에 물리더라도 발병하기까진 잠복기간이 일주일쯤 걸린다.
그래서 현지를 여행한 다음에도 계속해서 일주일 정도는 예방약을 먹게 하는 것이다.
말라리아 모기에 물리더라도 전부가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것은 아닌것 같았다.
모든 질병이 그렇지만, 체력이 강하고 컨디션이 좋은 사람들은 말라리아충이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슬쩍 앓고 말지만, 현지의 아프리카 사람들은 못먹고 영양부족이 심해서인지 많이들
죽기도 했다. 내가 데리고 있는 현지인 식모의 딸이 말라리아에 걸려서 죽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 사람중에도 그곳에 오래 거주했던 사람들은 반 수 이상의 사람들은 다들 말라리아에 한번씩은
걸렸던 것 같다. 말라리아는 항체가 생기는것도 아니라 한 번 걸렸던 사람들도 다시 걸릴 수 있다.
그렇다고 말라리아가 전염병은 아닌지라, 환자를 격리수용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증세가 오한이 나고 열이 나는 심한 몸살감기와 유사한 증세를 보인다.
내가 보았던 한국인 환자들은 대부분 비실비실 거리며 몇일동안 누워서 잘먹고 잘자고 하면 나았던것 같다.
생각처럼 그렇게 치사율이 높은 무서운 질병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영양과 위생에 취약한 아프리카인지라 그렇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중에도 모 건축현장의 소장으로 있던 분이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매일 술로 날을 지새던 분이
말라리아에 걸려 돌아가신 분이 계셨다. 내가 알기론 현지의 한국인중에 말라리아 사망자는 이 분이 유일하다.
그 분도 평소 건강관리를 너무 엉망으로 했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렇다고 한다.
여담으로, 한국 사람들 중에는 말라리아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모기 한마리만 나타나도 기겁을 하고,
낮잠을 잘때도 긴옷을 입고, 모기약 뿌리고, 모기장 치고서 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같은 경우엔 나중엔 아무데서나 퍼질러 자고, 잘때도 모기장도 치고 자지 않았지만, 거의 모기에 물리지 않았다.
우리가 살던 지역이 바로 해변이어서 그랬는지, 주위에 모래만 있고, 물웅덩이가 없어서 그랬는지
한국의 여름보다 훨씬 모기가 없었던것 같고, 나도 거의 모기에 물린 기억이 없다.
원래 건기가 우기보다 훨씬 긴 곳이라, 사실 주변에 모기가 서식할만한 더러운 장소, 물웅덩이 수풀등만 제거해도
모기들이 훨씬 없어질것 같은데, 이 나라 서민들이 사는 환경이 워낙 불결한지라 모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방역을 철저히 하는것도 아닌것 같고......
결론은, 말라리아 그렇게 겁낼것만도 아니고, 그냥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면 된다능......
아, 그리고......
아프리카에선 집에 들어온 도마뱀(그리 크지 않고 어른 중지손가락 만하다)을 굳이 잡거나 내쫒지 않는다.
도마뱀이 있으면 벌레를 다 잡아먹기 때문이다. 도마뱀이 그렇다고 인간한테 해를 끼치지도 않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