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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질문 받으면 솔직히 닭살부터 일어납니다.
아마 제가 불펜에 영화글을 주로 적다보니 저 사람은 당연 '그렇다'라고 대답할거라고 짐작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제 대답은 '뭐 영화 따위를 사랑하냐?'입니다.
내가 사랑한다고 뭐 나를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난다고 눈물 흘릴 존재도 아닌데..
 
제게 영화란 그냥 안경과 같은 존재입니다.
세상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삶이란게, 세상이란게 그렇잖아요.
그냥 그 자체로보면 너무 광범위한 것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인은 시로, 화가는 그림으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사진가는 사진으로 그리고 영화 감독은 영화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다의 신비를 알기 위해 자기들만의 그물을 만들어서 던지는 거죠.
그 그물에 걸린 것들을 보고 우리가 항해하고 있는 바다를 좀 더 알수 있는 것이겠지요.

시네필들의 블로그를 한번 씩 둘러봅니다.
좋은 분석을 한 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보면 영화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랑을 읊조리는 글들을 봅니다.
어떤 것은 정말 무릎을 굻고 연인에게 고백하듯이 쓴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혁명선언서 같은 글들도 있더군요.
이런 저런 블로그를 비교하면 누가누가 고백을 더 잘하나를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요즘 이런 씩으로 이야기하는게 유행인가?

제가 무미건조한 인간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제게 영화는 안경과 그물 같은 도구입니다.
좋아하는 안경과 그물은 있어도 거기다가 사랑 고백을 하지는 않습니다.

조금 의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