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사연들을 사랑해。
- 작성일
- 10-02-25 00:12
정확히, 월요일부터 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말엔, 모든 것을 외면하고 싶었고 그래서 더 깊이 숨었던 날들이었므로 모르겠네요.
날씨 좋았다믄서요? :)
제일 빛나고 제일 예쁘고 제일 좋아하는 봄이건만.
이런 날들엔 눈물도 반짝, 빛이 나고 말아.
내일은 봄비가 내린다는데, 그럼 좀 더 싱그러워지려나요?
저는 다이어리에 정확히 2010년의 봄은 2월 22일 문득 나타났다.라고 적습니다.
요즘 악몽에 시달리고 있어요. 당황스럽네요. 이런적이 없었건만.
꿈속에 나타나는 그는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등장을 하곤 합니다.
그 옛날 내가 못되게 굴었을지언정, 우리 서로 그렇게 아프게 할퀴진 않았던거 같은데
꿈 속에서 그들은 나를 할퀴고, 나도 그에게 생채기를 내요. 진심이 아닌데. 아프게.아프게.
복받쳐오는 슬픔과 분노로 결국 잠이 깨버리기를 수차례.
이렇게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왜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장하는거죠?
언젠가 이 길을 걷고 또 걸으면, 이 하늘 아래를 벗어나지 않고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면 어디든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구는 둥그니까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이 땅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요.
그래서 다른 곳을 꿈꿨어.
여기만 아니면 된다고, 지금 이 순간만 아니면 된다고 그렇게 피하고 싶어서, 걷고 또 걷고 싶었던 날들.
그래서 계속 걸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떠났다면?
결국 마찬가지였겠지.
분명 떠난다하더라도 어딘가에서 우린 또 만나고 헤어지고, 기쁘고 즐겁고, 슬프고 아플테니.
이 곳이 아니더라도 우린 또 수많은 사연들과 마주하게 될텐데.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사연이 하나씩 늘어갑니다.
내가 원치않는다고 피할 수 없고, 내가 원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만도 아닌..
그래도 욕심 때문에 항상 기쁘고 즐거운 사연이길 바라지만, 의도치 않게 슬프거나 아프기도하고.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 기쁘고도 즐거운, 슬프고도 아픈 사연들이 없었다면
우린 이렇게 서로를 생각하고, 기꺼이 마음 내어주고, 또 사랑할 엄두를 낼 수 있었을까.
그래서 돌이키고 싶지않은 기억도 결국엔 우리가 떠안아야 할 몫임을.
돌아가고 싶지않은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 대신에 우린 그 시절을 껴안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임을.
비록 시간이 지나면서 우린 변하고, 서로를 너무 많이 알아버리고
그러지 않길 바랬는데 의도치 않게 또 사랑하고 미워하게 되어버리지만 그래도 사랑해.
내가 외로움이 많아서 그 아프고, 속상한 사연들까지 다 사랑하는게 아니라, 우리 존재의 이유기에 사랑하는거라구.
그 사연을 또 떠안고 다시 열심히 사랑하려고 나는 오늘도 이렇게 흔들리는 거에요.
그리고 당신 말대로 사랑많은 여자라서.
영원이 없다면 마지막도 없음을.
우린 그 중간즈음에서.
이 모든 것을 떠안고 새로 시작할 내게 악몽대신 축복이 내렸으면. 욕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