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불매] 이런 저런.
- 작성일
- 14-03-03 00:55
어린시절을 거쳐 비즈니스맨이 됬음에도. 내심 시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키워왔다. 시인이라는 것이 자격증으로 증명되는것이 아니라면. 시를 쓰면 시인일텐데.. 시를 쓰면 되지. 시인이 된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아마도 시인이라는 말이 거느린 아우라. 허영의 풍경. 시인이 되면 의식적으로 들리는 달콤한 소음을 꿈꿔왔는지도.
회사에 가면 말을 줄인채 업무에 집착하고. 술집 한구석에 박혀 홀연히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음악과 영화에 위로받는다.
형님의 전화를 받으면 과묵해지고 누님과 어머니를 대하면 미안함이 앞선다. 봄을 그리고 사람을 섬기는 일. 그렇게 시인처럼 한 세상 읆으며 살다 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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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대해서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떠날 사람은 떠나야만 하고.
돌아올 사람은 결국 돌아오는거겠지.
중요한 건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돌이키면 어리석은 선택이 현명한 선택보다 훨씬 더 많았다.
결국 선택은 나의 손으로 했고. 그 선택을 따라 흘러가는 이 삶이. 이 박자를 흥겨울거라 작정했으니.
되었다. 이만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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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보지 않았던 하얀거탑을 몇 번 봤는데. 영화 스카페이스가 기억이 났다. 하워드 혹스의 1932년작 스카페이스가 아니라 드라이언 드 팔마의 1983년작 스카페이스. 수많은 장르영화들 중 내가 유독 이 드라이언 드 팔마의 스카페이스를 좋아하는건 단 한장면 때문인데, 바로 그가 불법입국자 출신의 하층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며 사랑하는 여인을 얻게 되는 순간 바로 다음의 장면 때문이었다. 알 파치노의 특유의 황량한 얼굴표정을 보여준뒤. 초대형 기구를 통해서 'WORLD IS YOURS' 라는 슬로건이 지나가는 장면을 앙각으로 잡힌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기구가 하늘 너머로 유유히 흘러가는 그 장면은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린듯한. 전율과도 같은 순간을 선사해주었고. 바로 다음 로우키로 조명을 낮추며 화면의 사각에 위치한 그의 씁쓸한듯한 표정을 부감으로 잡아내는데. 우리는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정점의 자리에서 점차 파멸하게 되는것 뿐이라는걸 알아차리게 된다.
하얀거탑을 보면서 그런 장면이 없는것이 아쉬웠다. 그와 그의팀은 과장 자리를 거머쥐고나서 평소에도 그랬듯이 일식집에서 조촐한 식사를 한다. 그리고 그걸 아주 평범한 앵글로 잡아내어 안쓰럽기 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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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만들기 위해 같은 분야의 적잖은 사람들을 만났고 대화와 술이 오갔다.
쌓아온 경력 만큼이나 다양한 주장과 성향을 마주하니. 회의 중간즈음 부터 이미 나는 지쳐 있었다.
회의는 예상보다 길게 늘어졌고 여러 의견들이 점잖게 때론 격렬히 부딪혔다.
현재의 개선점과 미래의 전망들이 오갔으며. 시스템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술집으로 이어진 후배동료들과의 뒷풀이.
요란한 이야기들속에 파묻혀 있다가. 점점 말하기가 힘들어짐을 느낀다.
애석하게도 당장 희망이란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무력감.
그럼에도 언젠가 잡힐 희망을 찾겠다는 오기.
그저 한 사람으로 사람의 모습을 하고 걸어가 보고 싶다는 바람이 그리도 어려운 건지.
경영기획에 필수적인 컨설팅과 브랜딩이야 말로 대단한 일이야. 라고 자신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갈 수록 생각이 달라진다. 어쩌면 이건 그저 변죽을 울리는 쓸쓸한 도취일 뿐이라고. 스스로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없는 부수적 역할을 그토록 공들여 미화해왔던 이유는 뭘까. 일견 생각하면 컨설팅은 콜걸이자 뒷골목 청부업자다. 가장 치명적이고 가장 핵심적인 것을 늘 해체할 수 있는 자리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존재이다. 자기에 대한 경멸을 줄이기 위해 상상력으로라도 스스로를 취하게할 필요가 있었으리라. 후배 동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어디까지 해주는 게 옳을까. 그들도 짐짓 모른 체 하고 있을 뿐인 건 아닐까. 오늘 사무실 자리를 이동하며 짐을 정리하는 사이 우리들의 작은 자부심이었던. 수행 실적들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우리가 한 일이 대체 무엇이던가. 다가올 아침엔 선배동료들과 이사회에 참석한다. 그곳에서는 어떤 말을 듣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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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오디오가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만만한 시스템을 구입했다.
영국 브랜드인 Arcam 사의 인티앰프인 FMJ A18이란 모델과 동사의 FMJ CD17이라는 모델. 그리고 B&W 600시리즈의 686 스피커 마지막으로 튜너로 사용할 티볼리 오디오 모델원. 이렇게 말이다. 새벽에 집정리를 하다가 거의 십수년만에 라흐마니노프의 저녁기도를 듣는데. 소리가 참으로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피커를 통해 울려나오는 음율의 느낌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음악에의 몰입과는 달랐다. 풍성하고 맑은 소리의 향연속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 아마도. 수년전 이맘때 즈음.. 역시나 새벽무렵에 페르골레지의 슬픔의 성모를 들으며 음악이 참으로 좋다고 느꼈던 기억이 여전히 엊그제 같은데. 왠지 오디오 시스템이 바뀌니 음악과 더불어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문득.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먹어질수록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더 많은 것들이 느껴지는데. 그 감동의 정도는 나이가 들수록 반비례해서 줄어드는건 아닐까 싶은 마음도 얼핏 들었다. 늘상 어릴대는 세상이 떠나갈듯이 감동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건 평정심일까? 아니면 무덤덤함일까?
언제라도 내 안의 소년을 들여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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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내 공간에는 라디오가 없다.
컴퓨터로 음악을 듣는 것에 익숙해서인가 방에 있던 커다란 오디오를 버린후 방에 라디오가 없다는 것을 느낀건 아이폰에 라디오 앱을 깐 이후. 잠들기 전의 무거운 몸을 침대에 파뭍고 듣는 라디오의 음악. 또는 아침에 아직 커튼을 치우지 않은 어둑한 방안에서 묵은 채취를 털어내지 않고 듣는 클래식 FM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오늘도 일찍 일어나 역시 남들 다 부지런을 떨 시간에 FM을 듣다가 순간 세상이 정지되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zipoli 의 모음곡중 아리아. 그 선율이 나에 봄이 가까워져 있음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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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마치고 돌아는길. 집앞 공원을 산책을 하다 보면. 밤하늘 아래로 건너편 골프연습장에서 연습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골프에 별 관심은 없지만서도 3층높이의 커다란 골프연습장에서 100명도 넘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서 환한 조명 아래에서 골프공을 날리는 모습은 상당히 스펙터클했다.
예전에 늦은 밤 모니터의 조명에 힘입어 무언가를 열중하게 되는 원동력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적이 있었는데. 모니터의 불빛이 일으키는 광자극이 마치 알콜이나 도박 중독처럼 대뇌에서의 도파민 분출을 일으키는 건 아닐까. 하는게 바로 그런 거였다. 빛에 의한 자극 말이다. 캄캄한 밤에 환하게 밝혀진 실외골프연습장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상쾌한 소리를 내며 골프공을 날리는 소리를 듣고 잇자니. 약간은 대량생산된 통조림 연습장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문화내에 들어선 시선으로 바라볼때 꽤나 상쾌하고 멋드러진 모습이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무튼 요란하게도 밝았던 환한 조명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몇일간 내 머릿속에서는 그 골프연습장의 밤풍경이 잊혀지질 않았다. 아마도 그 속에 속하고 싶다는 소속감에 대한 안도가 이유였던건지 아니면 휘앙창란했던 풍경이 주는 쾌감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길로 헬스와. 골프연습장에 등록을 하고 레슨도 함께 받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한지 일주일 남짓 되었는데 안쓰던 근육을 계속 써서 그런지 온몸이 쑤시지 않는 날이 없다.
그렇지. 이 모든 운동은 그 날. 바다 너에게 고이 안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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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대화를 하다가 줄곧 말이 사라지는 것을 느긴다.
기운이 나질 않는다. 대신 예전처럼 글이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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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에서 불어온 모래바람이 온통 세월의 잿가루였듯이. 일대종사에서 내린 비와 눈도 시대극 속의 시간과 공간을 봉인하기 위한 장치처럼 보였다. 모든 인물들은 물위에서 노닌다. 육체는 단단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연히 흐르고 있고 모질지 못한 사람들은 마음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내보인다. 싸우는것은 몸이 아니라 쇼트와 쇼트의 충돌이다. 양조위는 오직 스스로에게만 대화를 청하고(쇼트가 마주보는 것은 독백이 아니다). 상대가 다가오는 것을 용납치 않는다.
내 기억 속 예전 왕가위 영화 속 인물들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비누에게 말을 걸던가(중경삼림). 사막을 향하던가(동사서독). 맘보에 몸을 맡기고(아비정전). 눈물을 숨기려 폭포밑에 서야했다(춘광사설). 왕가위의 인물들은 항상 자기안의 슬픔을 들키는걸 두려워했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왕가위 영화의 인물들은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화양연화에서 헤어지는 연습을 하다 울음이 터진 수리진. 2046에서 장국영을 떠나보내고 눈물짓던 여배우의 모습들이 선명하다. 대신 내 인식으론 슬픔 보다는 다른 그림으로 남아있다.
그간 수많은 영화속에서 왕가위는 사람들간의 거리에 대해서도 말해왔다. 그 거리를 가장 노골적으로 계산하며 드러낸것이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일것이다. 화양연화 골목에서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감.
해피투게더의 사랑을 했던 지점과 세상의 끝자락의 거리.
아비정전에서 버림받기 위해 떠나는 홍콩에서 필리핀까지의 거리.
하여간 왕가위의 영화속 인물들은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탱고를 추고 축구를 하고. 싸움을 벌이거나. 국수를 사러가지만.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의 자기 공간 안에서 선을 긋고 이별을 향해 달린다.
그러나 나는 이별이 결코 찬란했던 기억을 지우지는 못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여전히 금성무가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을 다 먹어치우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며.
장만옥이 자신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는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형과 결혼해버리는것을 기억하고 있으며.
아비가 '1960년 4월 16일 우리가 1분동안 함께 있었던 것을 잊지 않을거야.' 라고 말한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이란. 대사를 남긴 아비의 몫이 아니라 그 1분을 영원히 기억하며 살아갈 수리진. 그리고 너와 나의 몫이다.
영원과 일분의 거리. 그리고 그것들이 일대종사에서 어떻게 녹아있는지 확인했고. 너무도 행복했다.
그리고 왕가위 모든 영화 속 인물들의 대결과 거리. 눈물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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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어떤 영화에서는 인물간의 단절을 드러내기 위해서 인물을 프레임의 안으로 가둔다.
예를 들면 왕가위의 2046가 그러한데. 이럴 경우는 그저 담담할 뿐이다. 영화가 나 지금 허전하고 쓸쓸해. 라고 외부에 강요하는 순간 그건 이미 지켜보는 이의 감정 밖의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가의 영화들은 정교하게 계산한 후 무심한듯한 태도를 취한다.
그렇기에 항상 지금 여기에 버려진듯한 사랑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왕가위의 영화는 항상 젊다.
오즈의 영화에선 그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살이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그는 처음부터 현자였다.
그리고 구스 반 산트의 영화에서는 그 사람의 내면의 광경이 중요하다. 그는 무엇이든 외부의 사건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내면 속 광경으로 바꿔버린다. 그리고 난 갈수록 세번째가 마음에 들어온다.
프레임안에 몇명이 들어와있는가는. 사실 부가적인 문제다. 대가의 영화는 늘 질문한다. 나는 여기 있는데 너는 왜 거기 있지?
중요한건 그 순간에 장면을 찍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가이다. 이들의 영화에서 사랑과 사람을 나누지 않은 프레임이 차갑지 않은건
그 영화의 주제가 '희망' 못다한 소망.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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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슬픔의 정체가. 혹은 그 그림자가 보기 힘겨워서 시선을 피해버린 다음 아무도 넘어오지 못하게 벽을 세워버리느니.
눈물 쏟아내는게 나을수도 있다고 요즘은 생각한다. 눈을 감아버리는건 타인으로 하여금 당신의 눈동자 속에 있는 구원과 따스함을 발견할수 있는 기회 조차 뺐어 버리기 때문이다.
당신의 눈물속에 보이는 상들. 쏟아지는 아픈 기억들. 절벽 끝에서 조각난채 반짝이는 소망.
그것들은 어쩔 수 없이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영화속으로 투사되는 과장된 세상처럼. 슬픔 또한 자신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니까.
게다가 희망이 있을만한곳을 올려다보며. 모두들 그렇게 지평선끝에서 버티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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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전페퍼 - 사실은 그 누구도 그 누구도 외롭지 않지 않아요. 세상에 내가 버려져 있는 것은 진실이지만.
그 세계는 나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것인걸요. 같은 세계도 누구에겐 외롭고 누구에겐 따스하겠죠.
울므 - 결국은 내 마음이 지옥이라는 이야기야.
서전페퍼 -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그래도 난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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