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철학과 대륙철학의 간극은 생각이상으로 큰 것 같더군요
- 작성일
- 14-12-15 01:23
<서양철학과 주제학>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김재권씨와 더불어 유명한 재미철학자인 승계호씨의 철학을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의 머리말은 승계호씨가 직접쓴 장문의 글로 이루어져있는데 하이데거의 다음과 같은 문단을 독일어 원문까지
인용하면서 "이해할수없"는 글로 단정합니다.
"형이상학의 회복은 존재의 망각의 회복이다. 이 회복은 형이상학의 본질을 향하여 도는 것이다.
이렇게 도는 것이 형이상학의 본질을 휘감으며 이 본질이 동경하는 바를 향하여 진리의 광장으로
올라가는 지역을 호출한다. 그런 이유로 사색은 형이상학의 회복과 합의를 위하여 우선 형이상학의 본질을 밝혀야 한다.
그런 시도에는 형이상학의 회복이 최초에는 극복같이 보이지만 이 극복을 배타적인 형이상학적 생각이 배후에 두고
사색을 인도하여 형이상학의 회복된 본질의 광장으로 간다. 그러나 이 회복에서 배척된 것같이 보이는 형이상학의 지속하는 진리가
이제는 그의 양자로 채택된 본질이 되어 돌아온다."
이 말이 그렇게 이해하기 힘든 말인가요? 하이데거가 하고픈 말은 결국 형이상학의 회복인데 그것이 단순히 회복하자라고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극복"같아 보이는 노력을 배후에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고 결국에 가서는 그 배척되고 극복인것 처럼 보이는 생각들도 "양자로 채택"된 본질이
되어 다시 형이상학적 진리로 포섭된다는 이야기인데 말이죠.
이를 근거로 승계호씨는 하이데거를 평가하기를 의도적인 obscurantism 즉 난해주의, 혹은 혼연주의를 채택하여 자신의 미약하고 초라한
주장을 윤색하는 학자로 보더군요. 연이어 이어지는 사르트르나 데리다에 대한 평가도 이런 시선의 연잔선상에 있고요.
만약 승계호씨의 말이 맞다면 하이데거의 텍스트 (특히 후기 하이데거의 텍스트는 물론 난해하긴 하지만) 이를 해석해온 사람들은
공연히 어려운 말을 해서 뜬구름 잡는 소리를 듣고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이 되어 버린다는 것인데...
내가 그들의 주석본들을 읽어본 결과 승계호씨의 단편적 해석보다는 훨씬 풍부하고 설득력있는 해석이던데 말이죠.
승계호씨의 소위 "주제학"이 뭘까 궁금해서 읽어보고 있는데 나머지 내용을 읽고 싶은 욕구가 싹 사라지고 있는 중입니다.
이게 단지 승계호씨개인이 대륙철학에 대해 잘 모르는데도 아는척을 하려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이쯤되면 영미철학자들과 대륙철학자들 간에는 정말로 서로간에 뿌리깊은 불신과 반목이 있는게 아닌가 싶은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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