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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 경전선 답사기. 4

작성일
12-07-06 19:52
글쓴이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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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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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북역

 여행초반, 저에게 가장 큰 힘을 준 원북역입니다.



원북가는 길.
드디어 도보구간이 시작되었네요. 여기서부터 반성까지는 줄창 걸었습니다.

아무래도 차를 타고 다닐때에 비해서는 걸어다니는 동안이 주위의 경치도 더 가까이, 더 유심히 보게 되고 사진을 찍는 경우도 더 많게 되더군요. 말 그대로 호젓한 시골이다보니... 어찌보면 좋은 모습도 많지만, 어찌보면 같은 모습이 반복된달수도 있고... 비슷한 이야기를 몇번 한 것 같지만, 시골이라는 존재는 뭔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는 합니다만,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갔을때, 그러한 향수는 환상일 뿐이라는게 확인되는 경우가 많죠. 불편하고, 답답하고, 느리고, 지루하고... 홀로 떠나는 여행~ 이라는 것에 낭만과 매력을 느껴 혼자 떠났다가 하루도 못버티고 지겹다고 집으로 돌아가는 분들도 왕왕 보고 그럽니다... 막막함이라는게 그리 만만한게 또 아닌지라...-- 그래도 그 막막함 속에서, 멋스러움이 있으리라 믿으며 길을 떠나 봅니다~



군북고등학교의 모습. 대개 동네이름이 붙은 학교는 그 동네에서 짱먹는 학교들이 많더군요. 군북고도 군북을 빛낼 인재들을 많이 길러냈겠죠~~



이 동네는 유난히랄까... 비석이 되게 많더군요. 충효비 공적비 송덕비 뭐 이런거... 비 하면 오래된걸 생각하는 경우 많으실텐데 오래된 것보다 오히려 얼마 안된 것들이 더 많더군요. 이 지역 자체가 비를 많이 세우는, 어떤 문화가 있는 모양입디다. 진주에 갔더니 진주의 캐치프레이즈가 충효의 고장 진주~ 이기도 하고... 경남서부권의 문화적 특징인가봐여. 다른 동네에서는 이렇게까지 비를 많이 보진 못했네요.



이 길을 걸어가야합니다.



잇힝~



산을 등지고 논을 마주하고 철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굽이치는 모습이 왠지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같다는 느낌도 들고 그러네요. 워낙 오랜시간 자연들의 틈에 있다보니 철길마저 자연처럼 된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좍~ 뻗은 모습을 보면 철길은 철길이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구선과 신선. 미칠듯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신선의 그늘에,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듯한 구선이 놓여있군요.



이 구간의 매력은 이렇게 시골길과 시골철길이 나란히 간다는 것입니다. 문명의 통로들입니다만, 압도적인 자연들의 틈에서 움츠러들어 지들끼리 옹기종기 쫄아있는 듯도 해서 재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간에 사슴농장이 있더군요. 저는 사슴이 참 좋아요. 그 도도하고 우아해보이는 모습, 실로 감탄스럽습니다. 도도함, 우아함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간적 가치이기도 하구요. 뒤의 암사슴, 어린 사슴들 앞에서서 늠름히 저를 바라보는 숫사슴의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이 곳에서는 마을들마저, 자연의 틈새에 놓여 있습니다.





쓸쓸한 폐가들의 모습. 이번 여행동안에 지나다닌 동네들에서는 집이 비어도, 굳이 헐 사람도, 헐어야할 필요도, 헐 돈도 없어서 방치된 집들이 많더군요. 이농현상의 한 반영이기에 씁쓸하면서도... 삶의 덧없음이 느껴진다고 생각하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듭니다.



철길옆으로 촌로가 지나갑니다. 비틀비틀 거리기에 어디 불편한가, 했더니 가까이 가 보니까 아이를 업고 달래고 있어서 그랬던 것이더군요.



서원이 있더군요. 이름은 서산서원. 대원군의 서원철폐이후 48개 밖에 남지 않은 서원중 하나가 이 곳에 있는 것으로 보아, 유림들의 영향력이 상당했던 고장인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유학이 충의를 중시했던 관념이라고 본다면 충의의 고장이라는게 허언은 아닌듯도 해요.



비석들은 가는 곳마다 있어요. 다 찍지도 못했고, 찍은걸 다 올리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심지어 다음날 가는 중에는 논 한복판에 서있는 비도 봤네요...--



이건 정말 오래된거 같다, 싶어서 찍어본 건물입니다. 무슨 정자였던가? 그랬던거 같네요.



원북에 도착했습니다. 뭐, 행정구역상으론 이미 진작에 원북리에 들어와 있었겠습니다만...



원북마을 어귀의 모습. 물가를 따라 집들이 늘어서있고, 그 사이에 꽃들이 늘어서 있네요.



철길을 따라 잘~ 생긴 나무들이 나란히 세그루 서 있네요~



행인이 말 그대로 전~혀 없습니다. 원북역이 어디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더군요. 이리저리 헤메다가... 여기다! 싶은 삘이 오는 작은 골목길로 들어섰고... 그 골목길에서 드디어 발견했습니다!



영등포역이라면 이 쯤에 롯데백화점이 있을 위치의 건물. 한때는 역전매점같은거라도 있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영등포역이라면 역전광장쯤의 위치에서 영등포역이 보이는 정도의 자리를 잡고 원북역을 찍어봅니다.







아아... 이 모습을 뭐라고 형언해야할까요.... 뭔가 울컥하는 감상이 솟아오르는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할 말을 잃게하는 모습입니다...



열차시간표입니다. 하루에 딱 열번 열차가 지나갑니다. 동으로는 포항까지 서로는 목포까지... 이 곳을 서울로 직통하는 열차도 지나갑니다만, 이 외진 시골마을에는 서지 않습니다.


 
역사안의 모습. 처음에는 이것을 '역사' 라고 해야할 수 있을런가, 쭈뼛쭈뼛하기도 했습니다만, 이것은 당당한 "역사" 입니다. 원북의, 산인의, 함안의 사람들을, 한때는 가장 빠르게 외부와 이어줬던 역사를 담은 역사.



기억의 감상은 가슴을 채웁니다만, 공간은 텅비어있습니다...



기억의 무덤위에 새로운 길이 놓입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저 길도 기억을 덮은 무덤의 묘비가 될 테지요...



삼랑진에서 64.4킬로미터. 사람들의 기억과의 거리는?



그러나, 아직은 사람들을 싣고 순천으로 달려가는 원북역입니다.



이 사진이 이번 여행을 마음먹게 한, 그 모습이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번에 찍은건 아니고, 지난 4월에 부산에서 하동으로 가던 길에 찍은 원북역의 모습이에요. 봄의 원북... 동네 할매들이 부산스레 내리던 그 모습이 제게는 충격아닌 충격으로 다가왔더랬습니다. 이 모습을 담으러 오리라, 이 모습을 직접 보러 오리라, 라는 마음을 먹게한, 저에게는 나름 의미돋는 사진이네요.

아직은 이렇게 원북역은 원북과 세계를 잇는 통로입니다. 올해 12월까지는요.



그러나, 머지 않아 이렇게, 원북역은 그 자체로 기림물이 되어버릴 것이겠습니다만...

박계도라는 분을 기리는 비인데, 그 분은 이 원북역과 관련하여 공적이 있는 사람인거 같더군요.



이렇게 기증 박계도라고 역사에도 붙어있는걸 보니 말입니다. 박계도 어르신의 덕에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편했고, 지금 이 한 떠돌이가 감동을 느낌에 저 또한 그 분을 기려봅니다.



...



원북역의 존재를 가장 크게 떨치는 역명판



그래도 역하면 행선판이죠~



불이 들어오기는 할까? 싶었는데, 다음날 가게되는 양보역에서의 일을 생각해 볼 때 야간에 열차가 들어오면 불이 들어올거 같습니다.



걸터앉는 돌의자는 못쓰게 된게 언제인지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승강장의 반대편 끝에서서... 이제 원북역을 떠날때입니다.



그러나,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더군요. 나그네는 나그네 다워야 하는데 말이죠...



내 그대를 잊지 않으리...



들어오는 길이었습니다. 이제 나가는 길입니다.



다시 한번 보이지 않는 원북역을 흘끗 돌아보고...



 이제 평촌역으로의 길을 떠납니다.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6 12:29:44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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